KBO는 지금 취사병 시대? 안현민만이 아니다, KIA 전반기 최고 히트작 김도현이 있다

2025-07-08

바야흐로 취사병 열풍이다. KT 안현민(22)이 전반기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취사병이란 단어가 2025시즌 KBO리그의 화두로 떠올랐다. 안현민은 취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여기 취사병 출신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전반기 KIA 최고 히트작 중 1명인 우완 김도현(25)이다. 사실 취사병 신드롬의 원조를 따지자면 김도현이 먼저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 빈자리를 채웠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 3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취사병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군 복무 이력이 야구계 화제가 됐다.

올해 김도현은 지난 시즌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성적을 작성 중이다. 시즌 개막부터 선발 한자리를 꿰차고 들어가 평균자책 3.18에 4승 3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16차례 선발 등판해 그중 절반인 8차례를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 이하) 피칭으로 장식했다. 국내 투수 중 이닝(90.2이닝)과 평균자책 모두 5위에 올랐다.

김도현은 2019년 한화에서 데뷔했고, 2022년 KIA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이후 현역으로 입대했다. 육군 39사단에서 취사병으로 1년 6개월 간 복무했다. 요리를 따로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자취하면서 독학으로 익힌 실력으로 버텼다.

취사병은 군대에서 가장 바쁜 보직 중 하나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부대원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김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화에서 그는 “온종일 감자 까고, 양파 까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운동만 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김도현은 군 생활이 자기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한다.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운동했다. 김도현은 “개인 정비 시간에 체력단련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밥 먹고 잠시라도 짬이 나면 연병장을 달렸다. 자기 전에도 섀도 피칭을 몇 번씩 했다”고 말했다.

‘야구팬’ 부대 간부의 도움도 받았다. 김도현은 “사회인야구 하시는 간부님이 있어서 캐치볼 상대를 해주셨다. 전역 몇 달 앞두고는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시간 배려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하면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밀도 있는 훈련의 효과였을까. 제대 후 김도현의 구속은 극적으로 상승했다. 140㎞ 초반에 머무르던 직구 구속이 제대 이후 148㎞까지 찍혔다. 원래 가진 능력에 구위까지 묵직해지면서 1군에서도 통하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역으로 복무한 1년 6개월이 그래서 의미가 크다.

김도현은 올해 안현민으로 더 뜨거워진 취사병 열풍에 묘한 반가움을 느낀다. 최근 유튜브에 ‘안현민하고 같은 부대 나왔는데 요리는 정말 못했다’는 애정 섞인 댓글이 화제가 됐다. 김도현은 “그 댓글은 나도 본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요리 자체는 그렇게 잘 못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전반기 취사병 대 취사병 맞대결은 어땠을까. 김도현은 안현민을 상대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6번 만나 안타 1개에 사사구 4개를 내줬다. 안타 하나가 홈런이었다. 김도현은 “전반기는 안현민 선수를 제대로 잡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거의 완패다”면서 “후반기는 그래도 자존심 회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현은 남은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로테이션 안 거르고 꾸준히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전반기 성적이 워낙 좋았던 터라 2점대 평균자책 같은 개인 기록이 아예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는 게 우선이다.

풀타임 선발은 처음인 만큼 한여름 무더위 체력 관리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김도현은 “더위 걱정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다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데도 어쩌면 취사병 경험이 도움이 될 지 모른다. 김도현은 “취사병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게 한여름 닭튀김을 할 때였다. 안 그래도 더운데 뜨거운 기름 앞에서 워낙 많은 양을 튀겨야 하다 보니 땀이 줄줄 흘렀다. 그때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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