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군사작전 확대의 목표를 전쟁 연장이 아닌 종식이라고 규정했다.
네타냐후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패배시키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 외에 이스라엘의 선택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게 아니라 해방하는 것”이라며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연계되지 않은 민간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번 작전의 목표로 꼽은 곳은 2곳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70∼75%가 우리 통제 속에 있다”며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 해변 캠프 등 남아 있는 하마스 거점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예비군들의 노고를 알기에 군에 시간표를 단축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에서 기아 상황이 심각하다는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회견장에 ‘눈을 뜨라, 하마스의 거짓말’, ‘가짜로 굶주리는 아이들’ 등의 문구를 띄우며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상황을 왜곡하고 부풀리는 선전전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구호품을 빼앗고 주민에게 나눠주지 않아 기아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이 미국과 협의된 것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네타냐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 가자지구에 남은 하마스 거점을 장악하려는 계획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정문 밖에 있던 취재용 텐트를 공격하면서 알자지라 특파원 아나스 알샤리프를 비롯한 기자 4명 등 총 7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공습을 인정하고 “알샤리프는 하마스 하위테러 조직의 지도자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각국 유엔 주재 대사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의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럽·중앙아시아·아메리카 담당 유엔 사무차장보는 개회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확대 계획으로 또다른 재앙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제임스 카리우크 영국 차석대사도 “군사작전 확대는 더 많은 유혈사태로 이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도로시 셰이 미국대사 대행은 “서방 주요국의 이스라엘 압박이 사실상 하마스를 돕는 길”이라며 “이번 회의가 인질을 구출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9일 텔아비브에선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군사작전 즉각 중단과 인질 석방 등을 촉구했다. 시위 주최 측은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최근 몇 달 새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며 “국방부 청사 앞에 모인 일부 시위대는 군인들에게 확전에 가담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과 하이파 등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