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할 당시 영토는 오늘날의 동부 13개주(州)가 전부였다. 이후 미국은 크게 두 가지 수단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먼저 돈을 주고 땅을 사는 방식이다. 1803년 당시 유럽에서 정복 전쟁을 치르느라 재정난에 허덕이던 프랑스 제국 나폴레옹 황제를 구슬러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말이 ‘루이지애나’였지 지금의 루이지애나주를 포함한 광대한 지역에 해당한다. 이 거래로 미국 국토가 단번에 두 배로 늘어났으니 국민 모두가 “국가적 경사”라며 크게 반겼다.

두 번째는 무력 분쟁이다. 미국은 이웃나라 멕시코와 1846∼1848년 전쟁을 했다. 오늘날 텍사스주에 해당하는 지역은 원래 멕시코 땅이었는데 미국계 이주민이 많이 살고 있었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 법률을 따르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추방령을 내리자 그들은 되레 ‘텍사스 공화국’ 독립을 선포한 뒤 미국으로의 편입을 요구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개입하며 대규모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은 승리의 결과로 텍사스는 물론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까지 넓은 영역을 차지할 수 있었다.
1867년 미국 정부는 제정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구입했다. 60여년 전 루이지애나 매입 때와는 달리 이번 계약을 두고선 국민 사이에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북극 바로 아래에 있어 춥고 사람이 살기 힘든 그런 땅에 거액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알래스카와 붙어 있는 캐나다는 당시 영국 식민지였고, 러시아와 영국은 서로 적국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선 영국으로부터 알래스카를 지키기 위해 군비 지출을 늘리느니 차라리 신생국 미국에 파는 것이 더 낫겠다고 여겼을 법하다.

오늘날 알래스카의 경제적·군사적 가치를 떠올리면 러시아는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알래스카는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러시아의 태평양 및 북극해 진출을 감시하고 억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오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만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을 놓고 담판을 짓기 위해서다. 과거 러시아인들이 개척한 땅이 지금은 미국 소유가 되어 러시아 견제에 적극 활용되고 있으니 푸틴으로선 속이 착잡하지 않을까 싶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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