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알래스카를 방문하기로 했지만 정작 알래스카 현지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알래스카는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느끼고 있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현지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푸틴 대통령의 집권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알래스카인들과 러시아인들의 친밀하던 관계가 악화한 점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5일 우크라이나 협상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범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그가 체포 우려가 없는 장소로 알래스카를 선택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ICC 영장 관할에 동의하는 ‘로마 규정’ 서명을 철회했다.
알래스카는 1868년 러시아가 미국에 판매하기 전까지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던 만큼 곳곳에 러시아 역사와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공동체나 러시아 정교회를 알래스카에서 볼 수 있다. 아울러 냉전 종식 후 알래스카는 미국과 신생 러시아 연방 간의 관계 강화를 위한 중심지가 되는 등 러시아와 친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양측 관계는 약화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경한 대외 정책을 추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교의 브랜든 보일런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알래스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감정도 악화됐다”고 NYT에 설명했다.

알래스카 정치권도 미·러 정상회담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수 세기 동안 알래스카는 국가 간 가교 역할을 해왔고 여전히 외교, 상업, 안보의 관문으로 남아있다”며 긍정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의 알래스카주 위원회 의장인 에릭 크로프트는 “그들이 필요한다면 우리는 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협력할 뜻을 내비치면서도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알래스카 내 구체적인 회담 장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앵커리지의 단기 임대 부동산 중개인인 래리 디스브로우는 이 매체에 미국 비밀 경호국에 침실 6개짜리 부동산을 빌려줬다고 NYT에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오늘(10일) 오전 비밀경호국에서 연락이 와서 사용 가능한 장소를 물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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