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수산인의 날(4월 1일) 기념식이 열리는 전북 고창에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 ‘개양할미’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기·주꾸미가 유명한 칠산바다를 걸어 다니며 풍랑을 잠재웠다는 개양할미 전설은 어부의 안전과 풍어를 염원하며 거친 바다를 개척해 나가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희망을 상징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바다에서 번영의 길을 찾아왔다. 멸치·고등어 등 바다의 선물로 우리의 밥상은 풍요로워졌고, 어촌은 국가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해왔다. 먼바다를 누비며 원양어선이 벌어들인 외화는 경제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 1950년대 연 20만 톤(t)에 불과했던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360만t에 이르렀고, 수산식품 수출액은 3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여전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인한 어촌 공동체 약화 등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국민의 생계와 먹거리를 책임지는 수산업이 이에 응전하기 위해선 혁신을 고민할 때이다. 이에 정부는 수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기존 투입 요소 중심의 규제를 대폭 개선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으로 변모시키려 한다.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전면 도입하고 이와 함께 어구어법 등 규제를 완화해 지속가능한 어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양식장 이전이나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 등 환경변화에 대응한 유연한 생산 여건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급변하는 바다에서 어선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편리한 구명조끼를 보급하고, 노후 어선 현대화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돈이 되는 수산업’으로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한다. 소규모 어업인의 규모화를 지원해 지역 대표 수산기업을 만들고, 그간 버려지던 부수 어획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살기 좋은 어촌, 찾고 싶은 바다생활권’ 조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어항에 상업시설 입주를 허용해 생활 편의를 높이고, ‘청년바다마을’을 확대해 청년이 일하고 머무르게 하는 등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또한, 풍요로운 바다를 회복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바다숲을 조성하고, 바다숲 조성에 앞장서는 어업인에게는 혜택을 주는 탄소 크레딧을 도입하려고 한다.
오늘, 제14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바다와 어부를 사랑하는 개양할미의 마음을 되새기며 수산업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예정이다. 이 새로운 여정이 또 한 번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