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곳곳에서 민간인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막후 설계자’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이어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전 대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관 ‘집사’ 양모씨까지 벌써 3명이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국헌 문란에 해당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에 계엄군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질적 권한도 없는 민간인들이 활개를 쳤다는 뜻이다.
두 차례의 ‘롯데리아 회동’을 주도한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군복을 벗었다. ‘안산 보살’로 점집을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35년 전부터 이어져온 인연을 활용해 김 전 장관의 비선 ‘문고리’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1일 1차 롯데리아 회동에 현역 ‘투스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현직인 김모·정모 대령을 불러낼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등의 체포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주도로 국가 의전서열 6위 선관위원장을 속박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현실이 될 뻔한 셈이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롯데리아 2차 회동에 구삼회 2기갑여단장(준장)과 민간인인 김용군 전 대령 등 새 얼굴을 모았다. 김 전 대령은 노 전 사령관과 현역 시절 사단 근무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군의 ‘정치댓글 공작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그는 수사를 무마하고 은폐한 혐의로 2018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롯데리아 2차 회동에서 정보사 내에 ‘수사2단’으로 불리는 불법 조직을 꾸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김 전 대령은 군사경찰 동원을 전담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과자이기도 한 ‘민간인 OB’들이 계엄령 치하에서 반정부 인사 수사에 개입하려 한 셈이다.
실제 김 전 대령은 롯데리아 회동 뒤 현직 국방조사본부 차장인 김모 대령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김 전 대령은 조사본부 수사단장 시절 수사지도과장인 김 대령과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용현 전 장관의 집사인 양모씨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장관이 소대장일 때 통신병으로 인연을 맺은 양씨는 오랜 시간 김 전 장관의 수족 역할을 맡았다. 군 소식통은 “양씨는 ‘양 박사’ ‘양 집사’로 불렸다”고 귀띔했다.
양씨는 김 전 장관의 동선 및 통화 내용 등을 밝힐 키맨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