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2025-06-29

올해도 ‘반빈곤연대활동(빈활)’이 열렸다. 도시 빈민과 청년·학생이 연대하는 이 기획은, 도시에서 자리를 잃고 쫓겨난 홈리스·철거민·세입자·노점상의 삶에 공감하고, 더 나은 도시를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빈활에 참여한 이들은 노점상과 좌판을 펴고 장사를 돕는다. 거리 한복판에서 삶의 무게를 마주하며 묻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거리까지 밀려나는가. 단속은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지난 22일 경향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년간 동대문 거리 점유한 불법 노점, ‘가게 실명제’로 OUT>. 기사 배경은 작년 빈활이 열린 동대문구 일대다. 그중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기억에 선명하다. 지난여름, 청년과 노점상들이 함께 장사하던 날, 명찰을 단 구청 직원이 다가왔다. 경고를 쏟아내는 그에게 노점상은 지지 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거리했다. 긴장이 거리에 내려앉았다. 동대문구는 서울시 최초로 ‘노점 단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도입한 자치구다.

노점은 실직, 장애, 고령, 자본 부족 등으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마지막 생계수단이다. “세금 안 내고 돈 번다”는 도덕주의 폭력은 ‘불법 노점’이라고 노점상을 매도한다. 노점상들은 과세를 회피한 것이 아니라,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 세금 낼 자격조차 박탈당한 경우가 많다. 과태료, 강제집행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은 ‘세금 낼 테니 생계를 인정해달라’며 특별법을 요구한다.

기사는 동대문구 노점정비 담당 팀장의 말을 인용한다. 이에 사용된 ‘기업형 노점’이라는 용어는 마치 대규모 자본이 개입된 조직처럼 들리지만, 이는 구청의 프레임을 여과 없이 받아쓴 표현이다. 기업형 노점은 생계형 노점과는 구분되며, 자릿세와 직원 등을 통해 운영되는 형태를 말하지만 실상 동의보감타워 앞 노점은 가난한 이들이 고령과 건강 악화에도 생계를 위해 운영하던 곳들이다.

동대문구는 특사경 제도를 적극 운영한다. 마약·경제사범 단속을 위해 행정에 사법권을 부여하는 특사경 제도를 노점 단속에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이는 빈곤층에 대한 형벌적 통치이며, 생존권을 탄압하는 방식이다. 노점상의 생존을 불법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회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미는 일이다.

‘불법 노점 OUT’이란 제목은 단속을 일종의 ‘승리’로 포장한다. 쫓겨난 것은 공간만이 아니라, 노점상들 삶이다. 기사에는 노점상 목소리가 단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그 침묵은 누가 선택한 것일까.

지난겨울 탄핵 광장 무대에서 노점상 장인숙은 말했다. 노점은 불법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죽지 않기 위해 나온 거리라고. 행정과 그것을 복제하는 언론의 매끄럽고 정돈된 말 속에 가난한 사람들의 ‘몫소리’가 지워진다. 그 ‘몫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마음을 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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