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재호 “아쉬움 있지만 내 생각만 할 수 없으니까··· 더 강한 두산 위해 후배들 더 빨리 커줘야”

2024-11-14

영원한 두산의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유니폼을 벗는다. 김재호는 14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전했다. 그간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절대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김재호는 이날 통화에서 “욕심이야 있지만 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 후배들이 경쟁 속에서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은퇴는 사실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야유보다 환호받으면서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국은 나갈 때 잘해야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아니겠느냐. 못할 때 떠나는 것보다 잘할 때 떠나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 김재호는 57경기에 126타수 38안타로 타율 0.302를 기록했다.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부드러운 수비도 여전했다. 지난해 부임 첫해부터 유격수 세대교체에 공을 들인 이승엽 감독의 판단으로 1군 출장 경기가 크게 줄었고,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두산의 유격수는 결국 돌고 돌아 김재호였다. 올해도, 지난해도 포스트시즌 선발 유격수는 불혹의 김재호였고, 앞으로 몇 년은 더 환호받으며 야구할 수 있는 실력이라는 걸 새삼 증명했다.

그러나 김재호는 결단을 내렸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당연했지만, 팀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김재호는 “제가 뛸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고, 그럴 바에야 후배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팀이 많이 노쇠화한 게 사실이다. 결국에는 젊은 친구들이 성장을 해줘야 다시 힘이 생긴다. 후배들이 더 빨리 커 줘야 하는데, 그 친구들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버리면 팀이 다시 강해지는데도 시간이 더 많이 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후배들이 열심히 경쟁하고, 그중 누군가가 하루빨리 두산의 새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주면 좋겠다는 게 김재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막상 은퇴를 결심하고 나니 당연히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함께 두산 내야를 지켰던 3루수 허경민까지 최근 FA로 이적했다. 김재호는 “당연히 내년 시즌 걱정은 많이 된다”면서도 “어차피 누군가가 튀어나와 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후배들도 이제는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든다”고 말했다. 유격수와 3루수, 한꺼번에 내야 2자리가 빠진 만큼 기회는 커졌고, 후배들의 동기 부여 또한 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다.

김재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라면 그냥 자기만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목표를 보고 끝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장 김재호 자신이 그랬다. 고교 시절부터 프로 수준의 수비라고 정평이 났지만, 막상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데뷔 후 10년이 걸렸다. 이날 구단을 통해 ‘꽃을 피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가 힘들었던 프로 초년생 시절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렸던 것처럼 후배들도 좀 더 땀을 흘려 달라는 당부다.

김재호는 은퇴 결심을 앞두고 가장 망설였던 건 팬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매년 겨울이면 팬들로부터 ‘1년만 더 뛰어달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김재호’하면 ‘낡지 말라(늙지 말라)’는 말이 자동완성검색어처럼 따라붙었다. 김재호는 “그래서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팀을 생각하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김재호는 올해까지 두산 ‘원클럽맨’으로 21년을 뛰면서 1793경기 출장,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1793경기 출장은 OB 시절을 포함한 두산 팀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유격수 기준으로 안타와 타점, 홈런 등 구단 타격 통산 기록 역시 대다수 김재호가 1위다. 두산은 내년 시즌 중 김재호의 은퇴식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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