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2024-11-13

[논설·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요즘 읽을 책과 쓸 글이 많아 아직 한강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놓고 2주일 동안 보지 않았다. 여러 ‘SNS’에서 본 바로는 제주 4·3항쟁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와 광주 5·18 민주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 등의 소설이 스웨덴 한림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나는 제주 4·3항쟁은 미국이 직접 관여했고 광주 5·18 민주항쟁은 미국이 간접 관여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우리나라 수구세력들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이승만과 전두환에게 죄를 짓는 듯한,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 격렬하게 북받쳐 오르는 것이 아닐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마르케스(Márquez; 1927~2014)였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의 언론인이자 정치활동가, 소설가였다. 쿠바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혁명성공 후에는 쿠바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살았다.

1967년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발표했는데 『백년 동안의 고독』은 꿈꾸는 듯한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쓴 소설로 20세기 남미의 위대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 덕분에 마르케스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의 소재는 우리나라의 제주 4·3항쟁이나 광주 5·18 민주항쟁과 너무나 비슷한 사건이다. 다음은 지난 2022년 5월 18일 건치신문에 투고한 「20세기의 5·18들」이란 제목의 기사 가운데 일부이다.

미국식 민주주의가 라틴아메리카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 사건이 1928년 12월 6일 콜롬비아 시에나가(Ciénaga)에서 일어났다. ‘바나나 학살(Masacre de las bananeras)’이라 한다.

미국 자본의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 UFC)'의 바나나 대농장에서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파업이 한 달간 일어났다. UFC는 파업을 진압하라고 콜롬비아 정부에게 압박했다.

그러자 미국 자본에 고분고분한 콜롬비아 정부는 헌법을 중지하고 계엄을 선포하면서 파업진압에 군대를 동원했다. 비상사태 아래서 바나나 농장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파업과 항의 차원에서 시에나가 시내 광장에서 열리는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5분 안에 구역을 깨끗이 비우라는 명령을 받은 콜롬비아 군인들은 기관총으로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사격했다. 이날 미국 대사는 콜롬비아 군인들이 1,0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보고했다. 실제는 노동자 3,000명이 학살당했고 한다.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2014)는 1982년 노벨상 수상작의 소설 『백년의 고독』에서 이 바나나 학살을 이렇게 묘사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군 사령부에 찾아와 소식을 물었다. 군사 당국 관리들은 말한다. ‘꿈을 꾸신 게 틀림없습니다. 마콘도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현재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여긴 살기 좋은 곳이니까요.”

유일한 생존자 세군도의 학살 목격담은 미친 소리로 취급했다. 그 후 사람들은 법적인 증거와 교과서 등을 인용하며 마콘도엔 바나나 회사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마콘도 또한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마콘도는 작가 마르케스가 소설에서 시에나가를 암시하는 가상 지역이다.) - 『백년의 고독』(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21)에서 발췌 인용

바나나 학살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미국 자본에 종속된 정권들은 미국 사주를 받은 콜럼비아 정부의 시에나가 학살을 탄압의 모범으로 삼았다. 미국 자본가들의 필요와 소유를 위해 자신의 나라를 억압하고 착취하는데 앞잡이 노릇을 한, 그야말로 괴뢰 정권이었다.

남의 나라 역사를 제대로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도 잘 보인다. 이승만의 4·3과 전두환의 5·18이 콜롬비아의 시에나가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역사적 깊은 상처(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스웨덴 한림원이 이렇게 한강을 평가한 높은 안목에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문학이 역사에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4·3과 우리는 결코 작별하지 않아야 하며 5·18 당시 소년의 영혼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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