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81〉대한민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디에 있는가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5개 기술 분야 기초 역량이 불과 2년 만에 모두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9월 4조3000억원이 투자된 삼성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및 경제 안보가 위협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 행사 CPA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잭 넌 의원은 국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 파트너스와의 법적 논쟁이 중국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유망 기술기업을 향한 중국의 공격적 대응이 단순한 기업간 경쟁이 아닌 국제적 경제전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지난 해 12월 계엄령 이후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중국의 내정 개입에 대한 주장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왜 CPAC과 같은 국제 정치 행사와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가? 이제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단순한 국내 정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표면적으로는 형평성 확보와 자산운용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압박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고 외부 자본 유입에 따른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반도체 기술 유출, 고려 아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같은 맥락에서 국내 기업의 경영 위기, 나아가 국가 경제 안보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

관련해 대통령의 변호인 측은 계엄의 배경으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초한전 전략이 경제전, 정보전, 심리전, 법률전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한다고 알려진 만큼, 중국의 초한전 전략과 하이브리드 전쟁이 대한민국에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는 테슬라,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에게 정부효율부(DOGE)를 운영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기존 관료주의에 익숙한 정부 운영 방식을 혁신하고 예산 절감을 통해 민간의 효율성을 공공 부문에 도입하려는 시도로, 일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탄핵 심판에서 언급되는 중국의 영향력 주장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정쟁의 관점에서만 이를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에서 투자 관련 조언이나 리더의 덕목을 논하는 이들이 현 시국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4년 9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 인구의 47.35%가 40대, 50대, 60대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교수, 대표, 팀장 등 주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1월 말 탄핵 여론조사에서 10대, 20대, 30대, 60대, 70대와 달리 40대와 50대는 50% 이상이 탄핵 인용에 힘을 실어줬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진실 규명은 언제나 의심에서 시작된다. 기업인에게 익숙한 '혁신'은 세계의 변화와 시장의 맥락을 읽고 결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가가 무너지면 과연 기업은 존속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주권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당신들의 뒷모습을 보고 따르던 학생, 직원, 자녀들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있는가? 이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 도대체 그 많던 대한민국을 빛내던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디에 있는가?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