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가총액이 100조원 정도인데, 3년 이내에 200조원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작년초 내걸었던 목표치다. 그의 자신감은 헛된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그가 제시했던 시기마저 앞당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4만6000원이고 시가총액은 179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 2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103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73.8%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곽 사장이 내년까지 시가총액 200조원 돌파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년 반만에 목표치의 90% 가까이 육박한 셈이다. 이같은 목표는 작년 1월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 하루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미디어 콘퍼런스를 통해 제시됐다.
곽 사장은 당시 "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보편화하면서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AGI, 데이터센터, 모바일, PC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메모리 센트릭 AI시대'(Memory Centric AI Everywhere)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기술을 잘 준비하고 개발, 제품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재무건전성도 훨씬 더 높이면 시가총액도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AI 시대에서 SK하이닉스의 남다른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AI 시대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선두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HBM 4세대)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HBM 5세대) 8단과 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연이어 성공했고 다음 세대인 HBM4 12단 샘플도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며 이들의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메인 제품인 HBM3E 제품도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며 이미 올해 물량도 '완판'했다. HBM4도 앞서 언급했던 로드맵에 맞춰 연내 양산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는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29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 순이익 19조769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1분기는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호실적은 재무개선으로도 이어졌다. 2023년 3분기 31조5600억원까지 불어났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22조680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차입금 비율도 57%에서 31%로 개선됐다. 작년 말 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도 14조16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는 이보다 불어난 14조3100억원이다.
D램 시장 내 지각변동도 일으켰다. SK하이닉스는 HBM에 힘입어 약 30년간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 시장점유율을 공개한 트렌드포스, 옴디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3곳에서 일제히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전방위 AI 메모리 공급자)'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3월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 부문을 AI 메모리 분야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 플래시를 적용한 모바일용 솔루션 제품인 UFS 4.1을 개발하는 등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 비전을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나 시가총액의 경우 기업 펀더멘탈도 중요하지만 외부적인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분야에 있어 두각을 드러내며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