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 후 '방 빼는' 수감자들 늘었다

2025-01-31

[비즈한국] 지난 12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에 이름을 올린 공 아무개 회장은 구속기간 만료를 이유로 보석 석방됐다. 검찰이 구속기소 당시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주가를 부풀려 6600억 원을 가로챘다는 것이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기소 당시 단일 종목에 대한 범죄 수익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유명 배우 ‘배용준’의 이름을 내세운 스캠코인(사기 가상화폐) ‘퀸비코인’을 내세워 투자자 1만 3000여 명으로부터 약 300억 원을 가로챈 가상화폐 발행업체 실제 운영자 이 아무개 씨 등 일당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7월 19일 구속된 이후 약 170일 만인데,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1심 법원의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이 다가오자 보석을 결정했다.

#‘빈 공간’ 만들려 방마다 150% 수용

이처럼 경제사범들의 잇따라 보석되는 배경으로 ‘구치소 과밀화’가 거론된다. 안 그래도 이미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파동 이후 구치소 보안이 강화되면서 ‘석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SM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나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원영식 전 초록뱀 회장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유튜버 쯔양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카라큘라와 구제역도 보석 석방되는 등 경제사범 외에도 보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기업 대표의 보석을 청구해 인용을 받았다는 한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구치소의 일부 공간을 아예 비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수감자들을 서울구치소에서 다른 구치소로 대거 옮겨야 했다. 방마다 정원의 최소 40~50% 이상을 더 많이 수용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초범이나 경제사범처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의뢰인들이 계속 보석을 청구하고 법원도 가급적이면 받아주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보석만 늘고 있는 게 아니다, 형의 60~70%만 살아도 풀어줄 정도로 구치소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중대 범죄가 아닌 이들이 모범적으로 구치소에서 지낼 경우 대부분 양형을 다 채우지 않고 풀려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구속수감 줄여달라” 법원·검찰에 공문 보낼 지경

이는 서울 등 수도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부산구치소는 아예 검찰과 법원에 구속수감을 줄여달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로 구치소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말 부산구치소는 검찰과 경찰, 법원에 ‘부산구치소 과밀 수용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구치소는 공문에서 “구치소 수감자 포화상태로 수사기관은 가급적 구속영장 청구를 숙고하고, 법원에는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등 석방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남자 수감자 150%, 여자 수감자는 200% 정도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밀화로 불편을 겪은 수감자들이 지난 2017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정부에 각각 150만 원,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유사 판결이 잇따르면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법조인은 “구치소 안에서 존중되어야 할 인권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1인당 생활 영역’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피 시설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은 물론 지자체들도 꺼리면서 구치소를 늘리거나 이전하지 못해 과밀화 문제가 계속 심화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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