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시인·수필가

오랜 세월 노심초사 키워온 네가 새 보금자리를 꾸민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구나. 또한 우리로서는 소중한 새 식구를 맞게 되는 아주 기쁜 날이기도 하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네 반려자를 아름답고 지혜롭고 건강하게 키워 인연을 맺게 해주신 어르신들께 깊은 감사를 드릴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렇듯 서로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많은 기다림 끝에 만났으니, 인생의 어떤 일이든 지혜롭게 헤쳐 나가면서 변함없는 행복을 쌓아나가리라 생각한다.
네가 여섯 살 때 일이 기억난다. 어느 날 너를 데리고 동네 문방구를 찾았었지. 네가 ‘맥칸더’ 장난감을 몹시 갖고 싶다고 해서였었지. 그런데 가게 아주머니가 ‘아, 이 아이는 벌써 서너 차례 우리 가게 앞에 와서는 저 맥칸더 장난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가곤 했었는데, 드디어 아버지가 선물을 사 주시는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미어지듯 많이 아팠었다. 왜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무심했을까? 하고.
또 네 살 때 너를 극진히 아껴주던 이모 부부가 너의 독립심을 길러준다고 이모 집에서 하룻밤 외박을 시킨 적이 있었다. 그날 밤 우리 부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듯 그 허전, 공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었다.
네게 회초리를 든 것은 딱 두 번이었다. 초등학교 때 게임에 빠져서 몇 년간 모았던 저금통을 모두 비웠을 때, 그리고 젓니를 갈면서 내가 실로 빼는데 따르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서 였다. 서양 속담에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Spare the rod, spoil the child)라는 말에 너무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의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매나 욕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나는 자식에게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구나.
너는 처음에 건축학과를 다니다가 회계학을 전공했었다. 뒤늦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이도 역시 진로 지도에 더 진지하지 못했던 나의 책임이 크리라 생각한다.
군대에 갔다가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면서 너는 항상 일관된 생활을 해왔다. 내가 느끼는 아들은 언제나 진실하고 정직하고 꾸준하다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시련과 도전도 지금처럼 정직하고 꾸준하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 내 반려자는 중학교 때부터 중국에 유학하여 대학까지 마치고 두 나라에 유익한 많은 관련 업무를 해오고 있으니 나로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압권은 고린토 전서 13장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인내하고 친절하다(Love is patient and kind)‘라는 말을 가장 먼저 앞세우고 있다. 사랑의 핵심과 본질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인내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용서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채워주는 것이 사랑 가득한 가정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또 성경은 행복한 가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남편은 부인을 사랑하고 부인은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에 효도하고 부모는 자녀의 기를 꺽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분명히 모든 가정은 행복하고 세상은 평화가 넘칠 것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경험은 탄생과 결혼과 귀천이다. 그러나 탄생과 죽음은 경험이지만 경험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러니 결혼이 가장 큰 경험이며 인생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결혼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완전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이 순간의 설렘과 감동을 평생 간직하며 힘차게 출발하기를 축복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