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앞서 미국 전체 50개 주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풀뿌리 단체들의 ‘노 킹(No King, 왕은 없다) 집회’가 예고됐다. 시위는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부터 서부해안 캘리포니아주까지 2000여 곳에서 진행됐다.

이날 워싱턴 D.C에서는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에이브럼스 탱크 28대와 헬기 50대, 군인 6700명 등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워싱턴 DC에서 ‘국기의 날(Flag Day)’을 기념해 이뤄지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과정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매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했다.
이날 '노 킹스' 집회 주최 측은 LA 시위 발생 이후 300개 이상의 집회 행사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체 집회 참석 인원이 지난 2020년 미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킹스(No Kings)’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심 행진이 이뤄졌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성 소수자 탄압, 국내 군대 파병, 연장지출 삭감과 워싱턴DC에서 예정된 열병식 때문에 필라델피아 10만여명 등 50개주에서 시위대의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들 참가자들은 “노 킹스(No Kings)”, "트럼프의 생일 파티가 아니다", “우리는 왕이 아니라 국민의 통치를 받는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적”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수도 워싱턴은 트럼프의 군 퍼레이드 방해시위 강력 대응경고에 따라 공식적인 노 킹스 집회 개최지에서 제외됐다.민주당 소속 의원과 배우자가 자택에 침입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미네소타 전역도 모든 시위가 전면 취소됐다.
시위는 대체로 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시위가 공식 종료된 뒤 경찰 저지선을 넘어서려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해 저지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