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 데이터 강화 한은…통화정책 영향력 커지나 [Pick코노미]

2025-09-11

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 금리, 환율 등 전통적 거시 지표뿐만 아니라 고빈도·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미시 연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경기 흐름을 보다 즉각적이고 정밀하게 포착하기 위한 시도로, 노동, 물가, 가계부채 등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들도 이를 독려하며 통화정책을 위한 미시지표 발굴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이수형 금통위원은 전날 발표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빠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양극화 심화로 경제주체 간 이질성이 커진 만큼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시·미시적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분석 시 이질성을 반영한 모형을 폭넓게 활용하고, 다양한 미시 데이터와 고빈도 데이터를 적극 발굴해 정책 판단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통화정책국은 이를 반영해 금리 인하 파급 효과를 소득, 연령, 기업별로 분석했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계층에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저소득층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3.1%에서 2분기 1.7%로 되레 둔화했고 올해 1분기에는 0%대에 머물렀다. 반면 고소득층은 1%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대기업은 지난해 4분기 16.8%, 올해 1분기 9%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36.4%, -24.4%로 크게 감소했다.

이 분석은 대표적인 미시 데이터인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와 전자공시시스템 다트를 활용한 ‘밸류 서치’를 기반으로 했다. 한은은 현재 가계부채 DB 고도화도 추진 중이며 기존 개인 단위로만 파악하던 소득·자산·부채 현황을 가구 단위로 통계를 전환할 계획이다. 이창용 총재 지시로 전담 반이 신설됐으며 아티프 미안 미 프린스턴대 교수과 박기영 전 금통위원 등 국내외 저명 연구진은 한은 가계부채DB를 활용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한은 조사국은 최근 링크드인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직함’을 가진 인력의 취업 현황과 국내외 이동을 분석하고 있다. 관련 결과는 연말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컨퍼런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유사한 연구를 국내 인적 네트워크 플랫폼 ‘리멤버’ 등 민간 업체와도 추진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혁신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언급의 어조와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물가 선행 지표를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최근에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관계자들이 한은을 방문해 미시데이터 활용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 경기에 후행하는 거시 지표만으로는 경기 상황을 제때 진단하거나 경제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미시 데이터 연구는 정책 대응의 적시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금융통화위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지표 개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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