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저소득층을 직격하면서 미국의 빈곤층이 내년까지 87만 5000명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관세에 따른 고용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부진한 고용 지표를 연달아 내놓은 노동통계국(BLS)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며 경기 부진의 책임을 특정 기관 탓으로 돌리고 있다.
CNN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빈곤에 처하는 미국인의 수가 내년에 87만 5000명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을 제외하면 미국의 빈곤율은 10.4%이지만 관세를 고려하면 이 수치가 10.7%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관세가 유지될 경우 평균 실효관세율은 17.4%로 치솟아 1935년 이후 최고치가 된다. 존 리코 예일대 예산연구소 정책분석 부국장은 “관세는 미국 가정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관세는 소득이 아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세금이기 때문에 저축보다 지출 비율이 높은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고 진단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7월 7만 3000명, 8월 2만 2000명에 그쳤다. 모두 월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제 증가한 비농업 일자리 수 역시 종전 통계(179만 명)보다 91만 1000명이나 줄었다. 2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노동통계국장을 경질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8월 지표까지 마음에 들지 않자 감사에 착수했다. 노동부 감사관실은 이날 노동통계국에 보낸 서신에 “노동부 감사관실은 노동통계국이 수집·보고하는 주요 경제 지표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PPI, 고용 데이터 수집 과정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겠다는 뜻이다. 월가에서는 8월 CPI와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가 기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용 시장을 중심으로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월가 CEO들도 앞다퉈 걱정을 내비쳤다. 솔로몬 CEO는 “모든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고 그것이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고 다이먼 CEO도 고용 수치 하향 조정을 언급하며 “경제가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