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동물권 석사’ 신입생
성공회대 최연수·김서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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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부터 이어온 동물보호 활동
계시를 받은 듯 이끌려 진학 결심
동물과 인간 떼놓을 수 없는 관계
모두에게 더 나은 공존의 길 모색
2023년 8월 김서영씨(31)가 일하는 고양이 보호시설에 서울 마포구의 한 불법번식장에서 구조된 고양이 30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김씨가 확인한 구조 현장에는 고양이 10여마리의 사체와 함께 오물이 가득했다. 이런 환경에서 구조한 고양이들의 건강 역시 좋을 리 없었다. 호흡기 질환은 예사였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김씨는 “이런 현장을 직접, 자주 보다 보니 화가 났다”며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도 없으리라 생각해 동물권 공부를 해야겠다 결심했다”고 말했다.
‘동물권 석사’가 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국내 처음으로 올해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에 개설된 ‘동물권과 사회연구’ 석사과정에 8명이 입학했다. 기자·디자이너·활동가 등 다양한 전직을 가진 이들은 ‘반려동물과의 공존’으로 시작해 동물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연구한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내 한 카페에서 동물권 석사과정 신입생인 김씨와 최연수씨(31)를 만났다. 김씨와 최씨는 “동물과 나를 떼놓기 어렵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였다. 항상 ‘본업’보다는 ‘부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동물 관련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주변 친구들이 ‘어차피 동물 봉사를 계속할 거라면 공부를 더 해보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최씨는 지금도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일을 돕고 있다. 김씨는 동물자유연대 고양이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활동가다. 학대를 당하거나 방치되다 구조된 고양이들이 새 반려인을 찾을 때까지 돌본다.
두 사람은 대학원 진학까지의 과정이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성공회대 평생교육원 교양 강좌 ‘동물아카데미’에서 동물 관련 강사들을 만난 뒤 “없었던 선배를 찾은 것 같았고, 대학원까지 왔다”고 했다. 최씨는 “석사 과정 공부를 하고 싶던 중에 계시를 받은 것 같았다”며 “이틀 동안 고민하다 하루 만에 자기소개서를 재빨리 써서 냈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부하는 과목에는 모두 ‘동물’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동물철학, 동물복지학, 동물검역법, 동물운동현장연구 등이다. 김씨는 그중에서도 ‘인간·동물 관계의 역사와 쟁점’ 과목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인간이 동물을 실험하며 착취·이용해 발전해온 역사가 있는데, 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인권과 동물권을 비교해 공부하는 동물철학 수업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이들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최씨는 “동물의 삶에도 공감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물권을 공부하는 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