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넘어 만난 최장수 포수와 신인왕 마무리…삼성 강민호가 돌아본 20년, 김택연이 내다본 20년

2025-05-16

20년.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는 시간이다.

1985년생 강민호(삼성)와 2005년생 김택연(두산)은 정확히 20년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왔으나 지금 같이 리그에서 뛰고 있다. 스포츠경향 창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주한 둘은 각자 다른 의미의 ‘20년’을 떠올렸다. 강민호는 신인 시절의 풋풋했던 과거를, 김택연은 20년 뒤 미래를 바라보았다.

강산이 두 번은 변할 정도의 나이 차이인 데다 팀도 다르다. 처음 둘의 만남을 제안했을 때 김택연은 “제가 함께 인터뷰를 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만큼 강민호는 김택연에게 기라성같은 선배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선배님과 SNS ‘맞팔’을 하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인사를 드렸다. 선배님이 먼저 하이파이브도 해주셨다”라고 친분을 과시했다. 강민호도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대화했었다. 내가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다보니 서슴없이 다가갔던 기억이 난다”라고 웃었다.

김택연을 바라본 강민호는 자신의 20년 전을 떠올려봤다. 강민호는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2004년 롯데에 지명돼 프로 데뷔했다. 고졸 신인이었던 2004년 단 3경기만 출장하는 데 그쳤다.

강민호는 “그때의 나는 1군 무대를 바라보며 ‘내가 저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많았다”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돌아보니 25살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데서 뛰었나 싶어 아직도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다른 것 같다. 멘털적으로도, 기량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라고 세월을 실감했다.

김택연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강민호는 김택연을 “엄청난 선수”라고 표현했다. 김택연은 두산에 입단한 지난해 마무리를 맡아 60경기에서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08을 기록했다.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물론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강민호는 “어린 나이에 마무리를 맡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맡아서 하는걸 보면서 ‘이 친구가 강심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랑 싸울 줄도 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택연은 까마득한 선배 강민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프로에서 활약을 하고 계셨다. 그런 걸 보면 색다른 의미로 대단한 것 같다”라며 “그런 선배님이랑 같은 리그에 뛰고 있다는 게 한 편으로는 신기하다. 그만큼 선배님이 대단하신 것”이라고 엄지를 들었다.

강민호는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다. 지난해 역대 최다 출장 신기록을 세운 강민호는 지난 2일 대구 두산전에서는 최초의 통산 2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가장 체력 소모가 크다는 포수로서 달성한 기록이라 더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강민호는 “단연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 덕분이다. 잔부상은 있었지만 큰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뛸 수 있어서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 남들에 비해 건강하다는 것이 선수로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건강한 몸에 후천적인 노력을 더했다. 강민호는 “매 시즌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왔다. 그러면서 루틴을 정립했다. 웨이트 할 때는 열심히 하고 과감하게 쉴 때는 쉬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강민호는 “옛날에는 정말 낙후된 환경에서 경기했는데 새로운 야구장도 많이 생기다보니 경기장에 나가는 재미도 더 생겼다”라며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와주셔서 야구인으로서는 매 경기 신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경험 많은 강민호는 투수들이 한 번쯤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포수다. 김택연도 그 중 한 명이다. 팀이 달라 배터리를 이뤄볼 기회는 없지만 어렴풋이 상상은 해보곤 한다. 김택연은 “양의지 선배님과 지난해 해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강민호 선배님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실 것 같다”라며 “양의지 선배님이 지난해 ‘네가 던지고 싶은 걸 던지고 자신있는 거 있으면 고개를 저어도 된다’라고 해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강민호 선배님도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포수로 알고 있다. 나이 차가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런걸 편하게 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SNS를 통해서 강민호가 후배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종종 봐온 김택연은 “SNS에서 보면 어린 선수들과도 유쾌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어떤 선배일지 느낌이 온다”라고 말했다.

그런 김택연 역시 포수들에게는 한 번쯤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투수다. 김택연은 지난해를 떠올리며 “꿈 같은 한 해”였다고 했다. 그는 “나도 그렇게 할 줄 몰랐다. 시즌을 치를 때는 정말 길었는데 지나고보니까 훅 지나갔다. 올시즌도 개막한 지 얼마 안 됐다 생각하는데 훌쩍 30경기를 지나 있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신인다운 패기로 미래 최강 마무리감으로 올라선 김택연은 “어릴 수록 더 패기있고 ‘나이 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투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시즌을 치르고보니 10년, 20년을 뛴다는 것이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택연은 “야구도 내가 잘 해야 10년 혹은 20년 동안 할 수 있다. 그렇게 꾸준히 잘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라며 “야구를 오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20년을 한결 같이 뛴 강민호를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김택연은 “나는 지금도 한 경기, 한 경기 던지는 게 바쁘고 힘들고 어렵다. 그걸 20년 동안 하면서도 계속 잘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상대 투수나 타자들도 그 선수에 대해 더 잘 알고 파악을 하지 않겠나. 그런 걸 다 이겨내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나도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은 물론 올시즌에도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등판 간격이 길어지면서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 실점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KIA전부터 5월4일 삼성전까지 4경기 연속 실점도 했다. 김택연은 “또 한 차례 깨달음을 얻고 있다. 나에게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 지난해에 이어서도 계속 생기는데, 이런 경험이 생겨야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은데 체중 조절도 어렵고 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시즌씩 쌓아나가다보면 20년 후가 되어 있지 않을까. 김택연은 “그때도 여기 잠실에서 던지고 있지 않을까. 보직은 바뀔지 모르겠다. 선발로 던질 수도 있겠지만 계속 뒷문을 지키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20년 세월이 만만치 않듯 강민호와 김택연은 현재 위치도, 생각하는 방향도 많이 다르다. 그러나 일치하는 생각이 있다. 야구에 대해 ‘내 전부’라고 서슴지 않고 답한다.

강민호는 “야구는 내 전부다. 야구 없이 살아온 인생보다 야구와 함께 한 인생이 더 길다. 이제 야구는 내 인생”이라고 했다. 김택연도 “지금의 전부, 그냥 내 인생이다. 만약 야구를 길게 한다면 나의 10대부터 40대까지 야구에 다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서로를 위한 덕담도 했다. 김택연은 “선배님과 이렇게 같은 리그에서 현역으로 함께 뛴다는 게 신기하고 존경스럽다”며 “나도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해서 신인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진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상 조심하고 꾸준히 잘 하는게 정말 어려운 거니까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에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라고 진심으로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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