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이후 '헌법'도 인기...민주주의 생각하며 설연휴 읽을만한 책[BOOK]

2025-01-24

짧지 않은 설 연휴는 미뤄둔 독서에도 유용한 시간. 제목은 알아도 바쁜 일상에서 펼쳐볼 엄두를 못 내던 책을 읽어보기에 좋은 때다.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바라건대 회복의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지금의 세계를 폭넓은 시야에서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을 추렸다. 눈 밝은 독자들이 이미 많이 읽은 책이자, 계엄 사태 이후 더욱 찾는 이가 많아진 책이기도 하다.

특히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어크로스)는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느닷없는 계엄 선포를 보며 저절로 떠올렸을 듯한 책. 미국의 정치학자인 두 지은이는 무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지금 시대의 구체적 양상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 초반에 집필된 내용은 한국에도, 더구나 최근의 상황에서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로 다가오지 않는다. 2018년 국내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가 된 책으로, 지난달 계엄 사태 직후부터 교보문고 등의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다시 등장했다.

같은 저자들의 책으로 지난해 국내 출간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는 전작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특히 정당이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때의 크나큰 위험성에 대한 지적, '내 편'이 폭력을 저지를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충직한 민주주의자'인지의 기준 등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여러모로 곱씹을 대목이 많다.

국가 번영의 이유를 경제제도와 정치제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 역시 이참에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2014년 국내 출간 이후 지금까지 10만 부 가까이 팔린 스테디셀러인데, 마침 지은이들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세 명의 수상자 가운데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의 공저다. 어떤 나라는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 한지를 여러 지역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설명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포용적 제도'가 번영을 부른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북한의 대비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번영의 이유가 지리적 위치나 문화 등이 아니라는 주장의 대표적 근거로 소개된다. 동유럽과 서유럽, 북미와 남미,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등 각 지역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좁은 회랑』(시공사)도 두 저자의 공저. 어떤 사회는 자유를 성취하고, 어떤 사회는 그렇지 못한 지를 자유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여러 역사적 사례를 통해 살핀다. 저자들은 자유의 성취를 문이 아니라 좁은 회랑에서 벌어지는 과정에 비유하는데 강력한 국가, 그리고 국가를 통제하고 제약하는 강력한 사회가 모두 필요하고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작년 국내 출간된 『권력과 진보』(생각의힘)는 나란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 사람 가운데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의 공저. 흔히 생각하듯 기술 발전이 곧 진보가 아니며 정치·사회적 권력이 기술 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 하는지를, 어떻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에서 두고두고 참고할만한 책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고력을 자랑하는 동물. 하지만 종종 거짓을 사실로 믿곤 한다.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크와 팩트』(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디플롯)는 그 양상과 이유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조명하며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책. 물리학자, 생물통계학자, 암 연구자인 지은이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편향의 결과도 상세히 주목한다. 지난해 여름 국내 출간된 책으로, 도서 추천에 영향력이 큰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연말에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으며 더욱 관심이 커졌다.

요즘 서점가에서는 헌법 관련 책도 인기다. 평소 대중적 인기 분야가 아니지만, 계엄사태 이후 대형서점마다 판매가 급증했다. 예스24의 집계(12월 1일~1월 14일)에 따르면 12월과 1월 모두 전달보다 판매량이 늘었고, 1월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8배나 늘었다.

예스24에서 이 기간 '헌법' 분야 1위에 오른 책은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이효원 지음, 현대지성). 헌법학자인 지은이가 헌법 전문과 함께 조항마다 핵심적 의미 등을 조명한 책으로, 지난해 여름 나온 신간. 3위는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노르웨이숲).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세 지은이가 일반 독자를 겨냥해 쓴 헌법 해설서이자 2016년 첫 출간 이후 2022년 개정판이 나온 책이다.

특히 2위 『헌법 필사』(대한민국 지음, 더휴먼)의 인기는 단연 흥미롭다. 헌법 전문과 함께 이를 손 글씨로 옮겨 쓸 수 있게 여백을 둔 책으로, 이런 필사 책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는 전 분야 종합 22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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