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종 '일본에'...문화유산 환수 '난항'

2025-04-18

1916년 제주목 관아 외대문 허물면서 철거 후 일본에 넘어가

유출경로 확인 안돼...정밀 복제 요청에 日 네즈미술관 '묵묵부답'

500년 제주 역사와 함께 했던 종(鐘)이 일본에 반출돼 도쿄의 한 미술관에서 발견됐지만, 반환은 물론 정밀 복원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 15일 437회 임시회에서 “혜문 스님은 환수 운동을 통해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찾아왔다”며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제주목관아 종이 약탈됐다면, 후대를 위해서 복원이 아니라 반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석 세계유산본부장은 “현재 어떤 경로로 종이 일본에 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정밀 복제를 포함해 종을 반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제시대 제주영에 매달려던 종이 팔렸는지, 약탈됐는지 여부와 누가 어떤 경로로 일본으로 가져갔는지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득종의 홍화각기에 따르면 1437년 제주목(牧) 관아에 종이 달려서 시간을 알렸고, 1578년 임제의 기행문에는 ‘제주영에서 아침·저녁으로 듣는 종소리’라는 한시가 소개됐다.

1703년 그려진 탐라순력도에는 외대문에 걸려 있는 종 그림이 있다.

이처럼 제주영 외대문 종루에는 종과 북이 달려 있었고, 조선시대 500년 동안 백성들에게 아침·저녁마다 시간 전달과 함께 성문을 여닫는 신호로 활용됐다.

17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 의뢰한 ‘제주목 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 용역’에 따르면 제주영에 있던 종은 1437~1847년 동안 존치했다가 파손됐다.

1850년 장인식 목사는 “역사가 오랜 탐라고도에 종이 없으면 안 된다”며 전남의 한 사찰에서 거금 900냥을 주고 무게 500근(300㎏), 길이 2척(92㎝), 둘레 5척3촌(243.8㎝), 두께 1촌3분(5.98㎝) 규모의 종을 사들여 목 관아 외대문 앞 종각에 매달았다.

이 종은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종장인 김애립에 의해 주조됐으며, 1850년 제주로 옮겨졌다.

일제는 1916년 제주영 외대문(탐라포정사)을 강제로 훼철하면서 종을 철거했다.

고산문화재단은 사라진 종이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에 보관 중인 것을 확인하고, 2017년 ‘운흥사 범종 반환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네즈미술관은 일제시대 ‘철도왕’이라 불렸던 네즈 가이치로가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1941년 설립됐다.

고산문화재단 영담·성조 스님과 문명대 동국대 교수는 2016년 네즈미술관에서 종을 발견했다.

종의 형태는 쌍룡 모양의 고리인 ‘용류’가 있으며, 종 몸체에는 4개의 연곽대와 함께 각 연곽대에는 9개의 꽃봉오리 장식이 확인됐다. 또 연곽 사이마다 합장하는 보살상이 있는데, 보상살 옆에는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萬歲)’라는 문구가 양각돼 있었다.

종 하단부에는 ‘강희 29년 고성 운흥사 대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제주영에 매달렸던 종으로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종을 정밀 복제해 옛 모습을 복원하려고 했지만, 미술관 측은 묵묵부답으로 나오고 있다.

고산문화재단도 귀중한 문화재를 현상대로 복제해 원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정밀 복제를 미술관 측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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