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해?" 이런 정몽구 꺾었다…가문의 금기 깬 정의선 고집

2024-07-07

“고급차 독립 브랜드를 한다고 그러는데, 이거 해야 해?”

2013년 어느 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사장단이 회장 비서실의 전화를 받고 양재동 사옥 20층 회장실로 올라갔을 때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렇게 물었다. 정 회장 앞엔 정의선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 앉아 있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둘만의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건 아들이 아버지를 설득할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정 회장은 특히 이형근 당시 기아 부회장에게 “마케팅을 오래 했으니 잘 알 거 같은데…”라며 말을 시켰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수출마케팅실장과 상품기획1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몽구 회장은 그러면서 다시 물었다.

당시 한국 자동차 시장의 지형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수입차 때문이다. 강남에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현대 그랜저 대신 벤츠나 BMW, 아우디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등록대수는 2009년 6만993대에서 2012년 13만858대로 3년 만에 두 배로 늘었었다. 현대차가 2008년 고급차 모델 제네시스BH를 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1년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제네시스 프라다 모델을 내놨지만, 그해 국내 판매량은 300대에 그쳤다.

제네시스가 최고급 모델이라 해도 현대차 여러 모델 중 하나일 뿐이었다. 현대차에 씌워진 ‘대중차’ 이미지의 굴레는 제네시스 모델 몇 개를 내는 것만으론 떨져내기 힘든 것이었다.

정의선 당시 부회장은 현대차와 독립된 고급차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시장에서 저가 중소형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고급차 독립 브랜드 렉서스로 벗어버린 토요타의 전례도 있었다. 그땐 현대차가 제네시스 2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었는데, 기술력도 충분히 올라와 있다고 정 부회장은 판단했다. 특히 양웅철 연구개발본부 담당 부회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 양 부회장은 “전기차로 전환해 돈을 벌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닌가요. 그 사이 돈을 벌어줄 고급 브랜드를 키워야 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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