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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번지가 곡식 농사에 대해 묻자 공자는 “나는 경험 많은 농부만 못하다”고 답했다. 눈치 없이 다시 채소 농사에 대해서 묻자, “경험 많은 채소 농사꾼만 못하다”고 답했다. 번지가 스승으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쯧쯧! 번지의 그릇이 작구나! 지도자 스스로 예와 의로움과 믿음을 좋아하고 실천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그 지도자의 지도에 감화되어 저절로 곡식 농사든 채소 농사든 기술을 열심히 배워 잘 짓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잘 사는 나라라는 소문이 퍼지면 먼 데 사람들도 자식을 포대기에 싸 업고서 모여들게 될 터인데 지도자가 나서서 일일이 농사일을 가르쳐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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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치면 들보가 울린다’는 속담이 있다. 넌지시 말해도 알아듣는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예(禮)·의(義)·신(信)의 종을 크게 울리면 백성들을 곧바로 감동과 감화로 반응한다. 박학다식의 떠벌임보다 예·의·신의 실천이 백성들로 하여금 자식을 포대기에 싸 업고서라도 모여들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세세한 지식 과시나 정치기술을 앞세우는 정치는 결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믿음을 떠난 기술교육이나 각성 목적의 계몽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