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은 DHL 본사 입장에서도 항상 투자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독일 DHL그룹의 토비아스 마이어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DHL코리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DHL그룹은 전 세계 22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국제 특송, 화물 운송 등을 하는 글로벌 물류 큰손이다. 2023년 매출 818억 유로(12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회장에 취임한 마이어 회장은 컨설팅펌 맥킨지앤드컴퍼니 출신으로 2013년 DHL그룹에 합류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아시아 물류 허브로 떠오르는 한국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현대차그룹·한진그룹 등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물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 그룹 내 투자 우선순위
마이어 회장은 한국 물류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새로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이라 투자를 고려할 때 우선순위 상단에 둔다”며 “한국은 추가 투자를 검토할 만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을 통한 DHL의 수·출입 화물량은 2012년 4만9350톤(t)에서 2022년 8만7637t으로 77% 증가했다. 환적(trans-shipment) 화물 처리량도 지난 10년간 135% 커졌다.
이런 성장세에 DHL그룹은 2019년 1750억원을 투자해 기존 인천공항에 있던 물류센터를 3배 확장해 지난해 9월 새로 개장했다. 국내에서 DHL 화물 처리량도 시간당 8100개에서 2만8400개로 3.5배 이상 늘었다.
정의선·조원태 만나 협력 논의
마이어 회장은 물류 분야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그는 정의선 회장과 로봇 및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분야에서 물류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다. DHL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미국 내 물류센터에 현대차그룹의 로봇개발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로봇 '스트래치'를 투입해 운영 중이다. 스트레치는 트럭에서 박스를 시간당 최대 800개까지 내릴 수 있으며 최대 50파운드(약 23㎏) 무게의 박스도 척척 옮긴다.
물류의 핵심인 차량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DHL코리아는 지난해 기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중형 PBV 차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마이어 회장은 “정의선 회장과 로봇 공학 분야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물류 현장에서 쓰일 친환경차의 주행거리·화물칸 용량 등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상의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어 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도 만나 협력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DHL그룹은 ㈜한진과 의약품·반도체 운송 및 친환경 물류 같은 산업 분야에서 공동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과는 오랜 기간 화물 물류 파트너로 협력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달성
물류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이지만 숙제도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문제다. DHL그룹은 오는 2050년까지 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이어 회장은 “DHL그룹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으로 물류 현장 전기차 도입, SAF(지속가능항공유) 사용 확대,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