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설계자들
미국발 관세전쟁의 주축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개인적 친분 덕에 대통령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각료로 꼽힌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거액을 기부하고 모금행사를 열어줬다. 상원의원에 출마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척 슈머 후보에게도 정치자금을 댔다. 힐러리와 해리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대선에서 각각 혈투를 벌인 적들이다. 뒤끝 있는 트럼프 성격에 분노를 품을 법도 한데, 러트닉의 일만큼은 웃어넘긴다. 러트닉을 “힐러리에게 기부한 사람”이라고 소개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진 적도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 대한 위험과 기회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사업가의 애환을 이해해서일까.
러트닉과 트럼프 대통령의 인연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뉴욕의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러트닉은 월스트리트 금융기업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였다.
맨해튼에서 럭셔리 호텔·아파트 등을 개발하면서 셀레브리티(유명인) 반열에 오른 트럼프는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트럼프는 파티와 행사의 ‘제왕’이었다. 반면 막 '캔터 피츠제럴드’ CEO가 된 러트닉은 가끔 사교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초보였다. 캔터 피츠제럴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버니 캔터 회장이 파티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 그에게 기회가 왔던 것이다. 러트닉은 캔터 회장의 아내, 아이리스 캔터를 에스코트해 파티에 참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회장님'의 아내가 일찍 귀가할 때면, 홀로 남은 러트닉은 어김없이 이런 말을 들었다.
여기서 나가서 자리 옮길래?
트럼프였다.
15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우정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