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024-10-15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교수, 시카고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국가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치·경제 등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번영의 열쇠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제도가 부를 창출한다고 본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두 교수는 국내에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국가의 성패는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공정한 장을 제공함을 말한다. 반대로 국가 실패의 뿌리에는 지배계층만을 위한 ‘착취적 제도’가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인생 책’으로 꼽기도 했다. 당시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마침 대통령실은 14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저서를 과거 필독서로 꼽았던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불평등 해결을 위한 포용적 사회 기반을 다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돌아보면 이 정부가 그럴 역량도, 의식도 갖추지 못했음을 상기시켜주는 현실뿐이다. 윤 정부는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아붙였고, 소수자 차별·혐오를 조장했고, 국민이 공분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을 잇따라 고위직에 임명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힘겹게 쌓아올린 가치와 제도적 틀이 무너지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것이다.

권력자가 듣기 싫은 말을 할 자유가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최고권력이 비판 세력을 ‘반국가’로 간주하고, 소수자를 위한 버팀목마저 없애려는 순간 포용적 사회로 가는 길은 사라진다. 남는 것은 각자도생뿐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상상해야 할까. 답은 더불어 살 만한 세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연구한 신국부론의 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는 ‘포용’인데, 이 제도를 일구는 영역이 정치다. 부디 대통령의 후보 시절 기억이 되살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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