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생산적금융 대전환이 '고환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넘나들며 은행 자본비율을 압박해 대출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정책은 가속페달을 밟지만, 환율이 브레이크를 거는 형국이다.
새 정부는 출범 이후 가계·부동산 중심 금융에서 첨단·수출·벤처로 자금 이동을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기업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자금을 돌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은행권은 이에 맞춰 각 사별로 생산적금융 로드맵을 내놨다.
하지만 10월 이후 환율이 1430원대를 상회하며 은행 외화조달 비용과 위험가중자산(RWA)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은행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낮아질수록 기업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여기에 생산적금융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늘릴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더 늘어나며 CET1비율 하락을 부추길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입장에서 자본비율 하락은 주주환원 여력 축소, 감독당국 경고, 신용등급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산적금융을 확대할수록 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비율은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년 20조원 생산적·포용금융 자본을 투입하면 RWA가 12조원 상승하고 CET1 비율 영향은 약 50bp(0.5%포인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이 생산적금융 전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원화 약세 상황에서는 수출 중심 산업군에서는 반도체·자동차·방산·배터리 등 수출기업 원화환산 매출이 늘어나고, 정부 지원이 이들 산업에 집중되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문제는 중소·내수기업과 지역산업이다.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수입비용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데, 은행이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려면 환위험과 신용위험이 중첩돼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생산적금융이 의도와 달리 우량 대기업 위주 자금공급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고환율 국면에서는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 간 자금 접근성 격차가 더 벌어진다”며 “생산적금융 포용성이 훼손될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책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앞두고 은행 지분투자·펀드출자 시 부담하는 위험가중치(RW)를, 자기자본 10% 이내는 RW 100%, 초과분은 250% 적용하는 방안 검토 중이다.
은행권은 “지분투자에 RW 100%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검토안대로라면 생산적금융 규모를 늘릴수록 CET1 비율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면 자본규제 완화와 리스크 관리 사이 정교한 조정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시대에는 생산적금융 질적 설계가 양보다 중요하다”며 “정책목표(투자확대), 시장현실(고환율), 감독규제(자본비율 관리) 세 축이 부딪히는 충돌 구도에서 균형점을 찾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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