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 ‘논 하계조사료 목표면적’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축산농가 사이에서 제기된다. 쌀 생산 조정 목표 달성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축산농가 눈높이에 맞도록 조사료를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도 외면하는 하계조사료=“총체벼를 가져다 주잖아요? 그럼 소가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다니깐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논 하계조사료 면적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작 축산농가에선 총체벼 활용을 꺼려 정책과 현장 간 엇박자가 빚어진다.
농가는 하계조사료의 가장 큰 문제로 ‘들쑥날쑥한 품질’을 지적한다. 한 한우농가는 “한우가 생각보다 입맛이 까다로워 농가들은 사료를 선택할 때 굉장히 신중하다”면서 “특히 총체벼는 수분 함량이 높아서인지 소가 잘 먹으려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우농가는 “하계조사료를 몇번 쓰려고 시도했는데 흙을 포함한 이물질이 잔뜩 섞여 있어 품질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료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조사료농가는 생산량 증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재배방식 등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시기를 지나치게 앞당겨 수확하거나 딱딱해서 소가 선호하지 않는 뿌리 가까운 줄기까지 수확하는 행태가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조사료 재배농가에서도 불만이 없지 않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올해 옥수수·총체벼 등 하계조사료 전략작물직불금 지급단가가 1㏊(3000평)당 500만원으로 전년(430만원) 대비 70만원 인상됐긴 했지만 논에 일반 벼를 심는 것과 대비해 농가들이 혜택이 많다고 체감하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면적 확대에만 목매는 정부=축산농가 수요가 지지부진한 상황인데도 농식품부는 ‘쌀 생산 조정을 위한 하계조사료 면적 확대’에 주력 하는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올해 논 하계조사료 목표면적을 2배 가까이 늘렸다. 2023년 7000㏊였던 목표치가 지난해 9000㏊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전년보다 2배 급증한 1만7487㏊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남지역 한 기초자치단체 조사료 업무 담당자는 “농식품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제시하고 할당을 채우라는 식으로 압박한다”면서 “축산농가나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순서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총체벼 수분 햠량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광역자치단체 조사료 업무 담당자는 “수분 함량이 높은 총체벼를 심겠다는 신청이 특히 저조하다”면서 “전략작물직불제 대상 품목에서 총체벼를 빼든지, 아니면 총체벼 수분 함량을 낮출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관계자는 “하계조사료 목표 수치는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제출한 수치를 취합해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사료 품질을 높이기 위해 등급제를 시행해 농가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고, 조사료 건조설비 개발도 마무리단계에 있어 향후 축산농가 눈높이에 맞는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