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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이 국내 럭셔리 호텔 산업에 침투하고 있다. 롯데·신세계·한화 등 국내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 사업에 주춤한 반면 빈자리는 중국이 꿰차는 양상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개발회사 열해당은 제주도 애월읍에 총 22만 2364㎡(6만 7399평) 규모로 추진 중인 ‘열해당리조트’ 사업에 중국계 펀드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소 5000억 원 이상이 될 이번 개발의 주요 투자자 가닥이 잡히면서 글로벌 럭셔리 호텔·리조트 그룹 아만이 ‘자누’ 브랜드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자누는 객실당 100만원을 넘는 국내 최고가 호텔이 될 전망이다. 열해당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와 논의 중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또 한화그룹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구역에 지을 호텔 위탁 운영을 중국계 럭셔리호텔인 만다린오리엔탈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교자본이 주도하는 싱가포르 역시 국내 호텔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최근 DL그룹으로부터 글래드호텔의 여의도·강남·제주 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5성급 호텔인 반얀트리는 지난해 강원 속초에 럭셔리리조트인 카시아속초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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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JLL코리아는 2025년 한국 호텔 투자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는 높은 공사비로 인해 중저가 대신 4~5성급 호텔 공급이 늘어나며, 이 과정에서 해외 자본의 유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호텔·투자업계에서는 일부 실체가 불명확한 중국계 자본의 투자 시도로 인한 사업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제주도 열해당리조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누는 서울 청담동에 신세계그룹이 짓는 호텔과 레지던스 위탁 운영도 협의 중인데, 제주 열해당리조트에 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달리 중국계 펀드가 빠르게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아만 그룹이 자누 위탁 운영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신세계는 자누가 요구하는 ‘평균 3배 비싼 인테리어 비용’과 ‘높은 로열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제주 열해당리조트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호텔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가장 인기가 좋다는 서울 성수동의 호텔 개발 사업마저 수익성이 나빠져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제주도 초호화 호텔에 고객이 몰릴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누를 유치하며 비용은 올라갔지만 이를 뒷받침할 중국 자본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열해당은 2016년에도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가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열해당은 지난해 1월 제주특별자치도에 사업기간을 2027년으로 연장하고 사업비를 3배 늘린 4700억 원으로 변경해 승인을 받았다. 국내의 한 기관투자자는 “열해당리조트가 중국계 투자를 받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시행사 관계자는 “지금은 진행하던 사업도 중단하거나 지분을 팔겠다는 시행사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열해당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열해당은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은억주식회사가 세웠다가 열해당리조트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2022년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 지분 100%를 넘겼다. 이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최근 모회사인 루시드홀딩스에 매각가 175억원과 대여금 18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열해당을 매각했다.
그러나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외부감사인인 이촌회계법인은 매각 대금과 대여금 회수 가능성이 의문된다며 2023년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냈다. 제주 개발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루시드홀딩스 역시 2023년 말 기준 171억 원의 당기순손실과 304억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사업자의 자본적정성은 사업기간 연장 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측은 “부당한 한정의견에 대해 이촌회계법인에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