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증원 2000명’ 문제 많지만 의료개혁 흔들리면 안 돼

2025-11-27

감사원이 27일 윤석열 정부 시절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결정된 ‘2000명 증원 규모’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관련 당국에 주의를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2월 정부가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한 추계에 근거해 의대 일괄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2035년 1만 5000명 의사 부족’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의대 증원 규모 목표치를 세웠다. 감사원은 이 같은 의사 부족 전망치가 고령화 등을 반영한 보정 작업도 없이 주요 기관의 연구 결과와 연구자 A 씨에게 의뢰해 받은 추정 결과를 단순 합산하는 식으로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민 건강에 직결된 의료 정책이 투명한 절차가 결여된 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다만 감사원 발표가 국민 보건 위기를 촉발한 ‘의료 대란’의 본질을 희석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문제의 핵심은 필수 및 응급 분야와 지방에 종사할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의대들은 의사 등의 반대에 막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 동안 정원을 늘릴 수 없었다. 필수·중증 의료 분야 수가를 높이려던 정책도 일부 직역 단체에 가로막혔다. 이러다 보니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구급차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일이 빈발했고 지방은 소아과·산부인과조차 찾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지역의사제 도입과 성분명 처방 허용 등에 반대한다”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번 감사원 발표와 무관하게 정부는 또다시 실력 행사를 예고하는 의료 단체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의대 증원 2000명 목표치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의사 수가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의사 증원에 필요한 교육 환경 및 지방 의료 기반 확충을 위해 충분히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필수·중증 분야에 대한 수가 조정 완수를 위한 여야정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역량을 쏟아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