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GS리테일이 신선식품 수직계열화 전략의 핵심이었던 자회사 퍼스프의 사업을 종료했다. 2021년 농산물 가공·유통 기업인 퍼스프를 인수한 지 4년 만의 결정이다. GS리테일은 최근 실적 부진 속에서 내실 경영 기조로 사업 전략을 바꾸며, 적자가 누적된 계열사 정리에 들어간 움직임이다.

#퍼스프, 인수 4년 만에 사업 종료
GS리테일이 자회사인 퍼스프의 사업을 종료했다. GS리테일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당분기 중 퍼스프의 사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6월부로 자회사인 퍼스프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퍼스프 법인 정리는) 매각 후 청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스프는 2021년 GS리테일이 인수한 농산물 가공 기업이다. 충남 계룡시에 스마트공장을 갖추고 채소, 과일 등의 농산물을 가공·포장·판매해왔다. GS리테일은 기업회생절차를 마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퍼스프의 지분 90%를 신규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3년 12월에는 추가 지분을 취득하며 퍼스프는 100% 자회사로 완전 편입됐다.
퍼스프 인수를 통해 GS리테일은 신선식품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했다. 산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선별, 가공, 포장해 GS25나 GS더프레시 등에서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체 해결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식품의 품질이나 신선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퍼스프 인수 당시 GS리테일은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퍼스프를 인수했다”며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간 GS리테일은 퍼스프 키우기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GS리테일은 퍼스프 지원 명목으로 약 60억 원을 투입했다. 2공장 증축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80억 원을 대여했고, 이 금액은 이후 출자전환 됐다. 2024년 말에는 현금 증자 방식으로 25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퍼스프에 GS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시너지 확대에도 집중했다.
하지만 인수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퍼스프 운영을 접게 됐다. 업계에서는 적자 누적과 기대에 못 미친 내재화 시너지 등이 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GS리테일이 인수한 뒤로 퍼스프는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당기순손실은 18억 원으로 집계됐고, 2023년에는 29억 원, 2024년에는 53억 원으로 적자가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퍼스프의 사업 종료 사유에 대해 “수익성 중심 경영 혁신과 본업 강화 기조에 따라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실 경영 전환, 남은 계열사는?
GS리테일은 퍼스프 외 인도네시아 법인도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GS리테일은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던 슈퍼마켓 매장(6~7개)을 모두 현지 유통기업에 매각하고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4년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 매출은 185억 원, 당기순손실은 115억 원에 달했다.
GS리테일 측은 “국내 슈퍼마켓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자 인도네시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업계 독보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근 GS리테일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슈퍼마켓, 홈쇼핑 사업 등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개선 부담이 커지고 있다. GS리테일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5조 7351억 원으로 전년 동기(5조 6234억 원) 대비 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4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4억 원)보다 7.8% 감소했다.
이에 GS리테일은 공격적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사업이나 경상 투자액 등을 줄이고,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GS리테일이 내실 위주 경영 기조를 이어가면서 계열사 추가 정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손상 징후가 있는 관계·종속기업을 대상으로 손상 평가를 실시했다. 재무 건전성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가치가 장부에 기재된 금액만큼 실제 유지되는지 점검하고, 가치가 하락한 경우 회계상 금액을 줄이는 절차다.
평가 대상에는 퍼스프, 인도네시아 법인, 어바웃펫, 위대한상상 등 4곳이 포함됐다. GS리테일이 4개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에 우려를 표한 셈이다. 이 가운데 퍼스프와 인도네시아 법인이 사업 종료를 결정하면서, 앞으로 나머지 두 기업의 사업 정리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GS리테일 측은 추가적인 자회사 정리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2분기 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섰다. 추가적인 사업 종료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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