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와 돈까스

2025-07-09

[전남인터넷신문]오는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평화광장, 원도심 일원에서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가 열린다. ‘자연이 차린 식탁, 남도’를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는 전시, 시식, 수출상담, 학술행사 등 산업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외 셰프, 미식가, 식품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남도 미식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박람회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박람회가 지역 농업과 외식산업의 지속 가능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려면, 단순한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식재료의 가치와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농수산물의 활용과 판로 확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돈까스’의 발전 사례는 흥미로운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이 음식은, 바삭한 튀김옷과 육즙, 익숙한 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요리다. 하지만 그 기원은 프랑스의 ‘코트렛(côtelette)’에 있으며,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문화적 융합의 산물이다.

19세기 말, 일본에 전래된 코트렛은 ‘카츠레츠(katsuretsu, カツレツ)’로 불리며 일본식으로 재해석되었고, 1899년 도쿄의 양식 레스토랑 렌가테이(Rengatei)에서 두꺼운 돼지고기를 튀긴 ‘돈카츠(Tonkatsu, 豚カツ)’가 처음 등장했다. 일본은 외래 문화를 자국 식문화에 맞게 소화하며 돈까스를 일식화했고,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 이를 다시 한국인의 입맛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냈다.

한국식 돈까스는 일본식보다 얇고 크며, 케첩이나 특제 소스, 옥수수 샐러드, 밥과 국이 함께 제공되는 방식으로 대중화되었다. 지금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외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예컨대, 강원도 감자로 만든 빵가루, 함평 유기농 돼지고기, 제주 흑돼지를 활용한 지역 특화형 돈까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보성 녹차나 진도 파 등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맛이나 품질 향상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가 있는 식재료’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부여한다.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 관점에서도 돈까스는 유의미한 모델이다. 지역 농민이 재배한 채소를 소스에 활용하거나, 치유농장에서 키운 돼지를 가공·조리하고, 체험 관광과 연계하는 방식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돈까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한국식 돈까스 또한 ‘K-푸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고추장, 김치 등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결합한 K-돈까스가 한류 열풍과 함께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요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농산물과 지역 브랜드를 함께 소개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고흥 유자 소스 돈까스’, ‘보성 녹차 돈까스’, ‘무안 자색고구마 돈까스’와 같은 제품은 단순한 외식 메뉴를 넘어 ‘전남의 농특산물’, ‘한식+이야기’라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결국 돈까스는 간단한 튀김요리가 아니라, 문화적 재해석, 지역 농산물과의 접목, 세계적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아우르며 외식산업과 농업을 연결하는 훌륭한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돈까스를 ‘일식의 아류’가 아니라, ‘한국적 감성과 스토리’를 입힌 유연한 플랫폼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돈까스를 튀긴다’라는 말은 이제 단순한 요리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튀겨내는’ 창조적 작업이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꽃피운 돈까스가 다시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은, 전남의 농업과 식문화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번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가 바로 그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