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대부분 지역의 주민들은 한 시간을 공짜로 얻었다. 지난 3월 시작된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이 이날 종료되면서다.
서머타임은 낮이 긴 여름철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도 절약하기 위한 제도다. 처음 시행된 배경은 에너지 절약과 관련이 깊다. 서머타임의 아이디어는 1784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처음 시행된 것은 1916년 독일에서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 자원을 아끼기 위해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서머타임을 도입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에너지 절약과 자원 보존을 이유로 서머타임을 도입하게 됐다.
시행 초기엔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생체 리듬을 깨트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이다. 서머타임 시행 시기가 되면 수면 장애, 피로 누적, 주의력 저하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실제로 서머타임 시작 직후에는 교통사고와 산업 재해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 인위적인 시간 변화가 인간의 생체 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서머타임 시행으로 오히려 에너지 소비량 증가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에어컨이나 전등 사용이 늘어나며, 특히 전자기기의 사용 시간 증가로 에너지 절약 효과는 되레 감소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9년 서머타임의 유지 여부를 각 국가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에는 연방 상원에서 폐지 법안이 통과됐으나 하원에서의 반대로 좌초되기도 됐다. 이는 서머타임이 더는 현대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로 오히려 불편만 초래한다는 불만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주에서도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서머타임 폐지 주민발의안이 통과됐으나, 가주 의회의 회기가 끝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2022년에는 최석호 전 가주 하원의원이 같은 취지의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위원회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초에도 트리 타 가주 하원의원과 로저 니엘로 가주 상원의원이 서머타임 폐지 법안을 추진했으나 위원회에 넘겨진 후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서머타임 폐지 노력의 무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대중의 인식 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서머타임이 효율적이라며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정책 변화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폐지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시행에 필요한 예산과 시간 조정 문제, 관련 인프라 변경 등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불편에 대한 우려도 폐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서머타임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머타임이 에너지 절약에 기여했던 시대는 산업화 초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에너지 절약 효과는 기대 이하이고, 오히려 건강 문제와 각종 사고 유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인은 업무와 생활 패턴이 과거보다 다양해졌고, 글로벌화로 시간의 통일성도 중요해졌다. 매년 두 차례 인위적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세계 각국과 연결된 오늘날의 경제 활동에 오히려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서머타임은 이제 효율성보다는 불편과 위험을 유발하는 제도로 전락했다. 경제적 효율성과 주민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시행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 부디 내년부터는 다시 시계 시침을 바꾸지 않아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훈식 / 뉴미디어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