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숯불고기와 나주 생고기

2024-09-14

[전남인터넷신문]전라선에 있는 광양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화로에 숯을 준비해 놓은 시골 가정들이 많다. 고향을 찾은 가족 및 친지들과 함께 소고기, 생선 등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서이다. 화덕과 숯 그리고 석쇠를 준비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의무처럼 대를 이어서 전통을 지키고 있다.

호남선에 있는 나주에서는 숯불에 소고기를 구워 먹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의 풍습뿐만 아니라 숯불고기를 파는 가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생고기집은 많고, 생고기를 즐겨 먹는 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문화 유물주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미국의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2001)는 “식문화(食文化)는 ‘손실’과 ‘이익’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주장했다. 마빈 해리스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는 것은 이익이 손실을 능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양에서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것과 나주에서 생고기를 애용하는 문화 또한 ‘손실’과 ‘이익’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고기의 신선도 유지가 쉽지 않았던 과거에 교통이 불편했고, 산간 지역이 많은 광양의 경우 날 것의 식용에 의한 식중독은 큰 ‘손실’이었을 것이며, 숯 생산지역으로 흔한 숯을 이용한 구이 음식은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

평야가 많았던 나주에서는 소의 공급 밀도가 높아 소비자와의 거리가 짧고, 고기의 신선도가 유지되기 쉬워 생고기의 이용은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평야가 많아 땔감이나 숯을 구하기가 힘들어 숯을 준비하고, 그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은 ‘손실’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무안 짚불구이처럼 짚이나 왕겨(나주에서 멧재라고 불리었음)를 이용해서 고기를 굽기도 했으나 연기가 많이 나고 빨리 익지 않는 등 여간 번거로운 것은 아니었다. 또한 열원은 분자 수준에서 음식을 변화시키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데, 숯불과 왕겨 등의 열원에 의해 조리된 음식은 맛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광양 숯불고기와 나주 생고기 문화의 형성에는 소의 밀도, 도축과 소비자와의 거리, 용도, 곁들인 음식, 식문화 전승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은 소고기의 조리 과정에서 열원의 사용 유무이다.

음식에서 열원은 식중독 억제라는 것 외에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고기의 경우 열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는 육회와 생고기가 있다. 육회(肉膾)는 회의 일종으로 흔히 채를 친 쇠고기를 익히지 않고, 다양한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동양 삼국 중에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그 기원은 고려말부터 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다수의 고문헌에 조리법이 나와 있다. 육회 맛은 양념이 육질에 적절하게 배인 것과 질감의 조화가 독특하고 우수하다.

생고기는 육회처럼 열원이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고기를 날로 잘게 썰어서 양념에 찍어 먹는 것으로 육사미라고도 부른다. 경기도와 서울 지역에서는 생고기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지 않으며, 대구와 경상도에서는 뭉티기라고 하며, 울산에서는 마찍기라고 하는 등 지역에 따른 명칭과 해석에 다소 차이가 있다. 생고기의 맛은 생으로 먹었을 때 부드러운 식감, 씹을수록 소고기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육고기와 생고기는 위와 같이 열을 사용하지 않고 조리한 음식으로 그 고유의 맛을 즐기기 위해 열원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열원의 구입과 준비가 쉽지 않아서 생으로 먹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고기의 맛을 즐기게 되었고, 그것이 문화로 정착되어 전승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광양숯불구이, 닭숯불구이, 고흥 생선숯불구이 등 산이 많은 전라선 주변 지역에서는 숯불구이 문화가 발전되어 있다. 평야가 많은 호남선 주변에는 무안 짚불구이나 나주, 정읍 등의 생고기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며, 그 문화는 추석 명절처럼 전통 음식을 먹을 때 더욱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광양 숯불구이와 나주 생고기처럼 전통 식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석 명절에는 지역 고유의 음식에 대해 되새겨 보면서 보존과 전승 방안, 전남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의 특성화 그리고 음식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1. 설과 노모의 전통음식.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1-02-10).

허북구. 2022. 호남선의 멧재 음식과 전라선의 솔갈비 음식. 전남인터넷신문 나주음식문화 12(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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