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엔비디아와 AI시대 ‘연민 리더십’ 절실

2024-07-07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은 엔비디아(NVIDIA)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기술로 인식되면서 기업 가치는 수직 상승 중이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주가가 2000% 이상 상승했고 6월19일 시가총액 3조3350억달러를 달성했다. 1993년 설립 후 31년 만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 세계 1위로 등극해 본격적인 AI 시대를 열었다.

엔비디아처럼 급성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사라지는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사실 기업의 수명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2021년 한국무역협회는 기업 평균 수명이 1958년 기준 61년에서 2027년에는 12년으로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세계적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1965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수명은 32년이었지만 2020년에는 21년으로 단축됐다. 기업 수명이 이렇게 짧아진 것은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향후 AI와 로봇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승자 독식이 될 것이고, 기업 수명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기업 평균 수명 단축은 경쟁력 강한 기업에는 축복일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는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5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AI가 쓰나미처럼 노동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은 일자리의 6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처럼 혁신은 장점도 많지만 근로 안정성을 파괴해 업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가져올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예측한다. 이런 변혁기에는 변화를 선제적으로 해석하고 강한 비전으로 기업을 선도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AI 시대 리더는 창의성·전문성과 결단력 등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꼭 필요한 덕목은 ‘연민(compassion)’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연민이란 사전적 정의인 ‘타인을 가련하게 느끼는 것’보다 넓다.

연민경영 주창자 링크드인(LinkedIn)의 최고경영자 제프 위너는 ‘연민이란 공감에 행동을 더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연민 리더십(compassionate leadership)이란 직원의 문제에 깊이 공감할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조언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리더가 단기 성과에 매몰돼 직원의 감정을 외면한다면 구성원은 조직에 몰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저성과 직원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 연민 리더십은 아니다. 목표 달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연민의 리더이다.

연민 리더십 효과는 몸으로 부딪치는 축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 프로축구 클럽(FC)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존하는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창의성·전문성과 결단력을 장착한 리더지만 동시에 연민의 리더이다. 그는 과거 FC 바르셀로나를 이끌 때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팀을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이끌었다. 개인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어야 그 조직은 최고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AI는 인간보다 월등하게 효율적으로 주어진 과업을 처리한다. 하지만 구성원 문제를 깊이 공감하고 인간관계 갈등을 해결하며 구성원을 몰입시켜 ‘원팀’으로 통합시키는 것은 여전히 인간 리더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연민 리더십은 더욱 절실하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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