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직전 대통령에 빙의"…웹소설판에 등장한 '계엄물'

2025-03-30

회귀·빙의·환생 장르에 탄핵·계엄 접목…"눈길 끌기 좋은 소재"

대다수는 조회수 저조·분량 미달…"진정한 웹소설 아냐" 지적도

"'비상계엄을 검토해보시죠.' 참석자들이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법무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통령님, 현재 상황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북한의 발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수준입니다.'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 중 하나인 문피아에 연재된 '탄핵2025'의 첫 화 일부다.

작품은 검사 출신 대통령 '윤이형'이 배우자를 향한 국회의 특검 공세를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당하는 내용이다. 작년 12월 8일 연재를 시작한 이후 17화까지 나왔고 누적 조회수는 648건이다.

작가는 작품 설명란에 "본격 대체역사 픽션"이라고 적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모티브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말 이후 온라인 웹소설 플랫폼에 이처럼 계엄과 탄핵 등 시국 상황을 다루는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웹소설과 웹툰 판에서 가장 유행하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장르에 계엄·탄핵을 접목한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끈다.

문피아에는 한 시민이 탄핵 촉구 집회에 가던 길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떠보니 탄핵 하루 전 대통령이 됐다거나('탄핵 직전의 대통령에 빙의했다'), 야당 정치인이 탄핵당하기 일주일 전 대통령에 빙의하는 내용('탄핵당할 위기에 처한 대통령이 되었다')의 작품이 등록됐다.

'탄핵 2025'처럼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의 복잡한 심리를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한 작품, 은퇴한 국정원 블랙요원이 계엄 선포 직후 현업에 복귀하는 첩보물('12·3 비상계엄, 국정원 특정직 OB')도 올라왔다.

'12·3 비상계엄, 국정원 특정직 OB'는 작년 12월 20일 6화를 끝으로 연재가 중단됐지만 "소설이 계속 보고 싶다.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기대된다", "글줄마다 작가님의 분노가 느껴진다" 등 독자의 응원이 달렸다.

현실과 다소 동떨어지면서도 비상계엄령이 세계관의 핵심인 판타지물도 있다.

'귀환했는데 계엄령이 선포됨'은 지옥을 정복하고 '만렙'이 된 주인공이 999만9999년 만에 고향인 한국에 귀환했더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예술적 가치나 아름다운 문체보다는 자극성과 흥미가 우선시되는 웹소설계에서 계엄과 탄핵 등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이 배출된 것은 그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현직 웹소설 작가는 연합뉴스에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게 웹소설의 주요 목표다. 비상계엄은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며 "업계 특성상 작품이 하나라도 크게 성공하면 유사한 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회수가 낮고 연재를 마치지도 못한 계엄 소재 작품들을 진정한 웹소설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가입만 하면 누구나 플랫폼에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웹소설보다는 '낙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 웹소설학과 교수는 "최소한 150화 이상은 연재되고 독자가 늘어나 유료화됐을 때야 웹소설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글은 사회 화두인 계엄이나 탄핵으로 '어그로'를 끈 것(관심을 유도하려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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