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2024-09-18

한자가 천대받지 않던 1980년대 이전만 해도 대학이나 관공서 등에 세워진 상징물에는 한자로 ‘知(지), 仁(인), 勇(용)’ 세 글자를 새겨 넣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知·仁·勇! “아는 자(知者)는 미혹되지 않고, 어진 자(仁者)는 걱정하지 않으며, 용감한 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했다. 지자는 사리를 꿰뚫어 보기 때문에 미혹되지 않고, 인자는 사욕을 이겨냄으로써 하늘 즉 자연의 이치를 따르기 때문에 근심이 없으며, 용자는 도덕과 의리를 지킬 만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다.

언젠가 “책을 많이 읽었으되 막혀있으면 기름이 오히려 등불을 끄는 격이다(書多而雍, 膏乃滅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읽은 책의 노예가 되어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은 결코 지자가 아니고, 사욕을 탐하는 사람은 인자가 아니다. 불의에 맞서 버틸 힘이 없는 사람은 용자가 못된다. 지·인·용, 결코 쉽지 않은 덕목이다. 그래서 전에는 돌에라도 새겨두고 보면서 실천을 다짐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조형물마저 없다. 너나없이 오직 이익에 미혹되고, 다칠까 걱정하며, 갈 곳을 몰라 두려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지·인·용의 실천, 가장 평화로운 삶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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