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회가 신안군 도초면의 임대형 스마트팜과 암태면 청년 임대 망고농장을 찾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한 방문이었다. 현장에는 신기한 열대과일들이 자라고 있었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감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물음표도 함께 따라붙는다. 전남 농업이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남에서 기후변화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예측하기 힘든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난화는 참다래, 비파, 감귤, 만감류처럼 아열대성 작목의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전남은 이들 작목의 주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기후는 농민들의 불안을 키운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한 번이 감귤 농장을 초토화시킬 수 있고, 집중호우나 폭염이 순식간에 작황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 농업은 새로운 작물의 도입에 의한 소득 증대와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본질이다.
망고, 파파야, 바나나 같은 열대작물은 신선하고 이국적인 상징성을 지닌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전남 농업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시장은 저렴한 수입 열대과수가 많이 유통되는 가운데 국내산 열대 과수는 국내산이라는 희소성 덕분에 일정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만약 많은 농민이 동시에 뛰어든다면 작은 시장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농가의 소득 안정성은 오히려 위협받는다. 또 다른 문제는 탄소중립 시대의 흐름과의 괴리다. 연중 그리고 다단식 배드에서 효율적으로 생산되는 스마트팜 채소류 등과는 달리 열대과수는 스마트팜이 단순 난방과 관리에 활용되면서 탄소발생이 많게 된다. 단순히 ‘새롭다’라는 이유로 이들 작목을 확대하거나 정책적으로 비중을 두는 것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길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전남이 주목해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대량 재배에도 가격 하락 위험이 크지 않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작목이다. 전남은 이미 참다래, 유자, 비파, 만감류 같은 아열대성 과수의 강력한 산지로 자리잡았다. 특히 신안군 소안면의 감귤은 오래전부터 재배돼 온 대표적인 사례다.
소안도 감귤은 지난 2009년 작목반이 결성되면서 본격 재배되기 시작했고 현재 약 60개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약 180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가을에 소안을 가면 제주도처럼 감귤이 주렁주렁 열린 풍경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전남의 대표 사례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감귤마저도 강추위 한 번에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결국 새로운 작목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상기후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스마트팜 바나나농장에서 기후변화농업의 대응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완도 소안면 감귤농장에서 정책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기후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를 정비하고, 농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노지재배에 그치지 않고, 비가림 재배나 미세기후 조절 기술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생산과 출하를 조절하고, 가공 산업과 연계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장치도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발맞추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팜 기술과 저탄소 재배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남 농업은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온실 속의 망고나 파파야 몇 개 농장이 전남의 기후변화 대응을 대표할 수는 없다. 화려한 실험적 시도보다 중요한 것은 전남이 가진 자연조건과 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농업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기후변화 대응 농업은 이국적 과일 심기가 아니라, 기후 리스크 관리와 농가 소득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다. 전남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기후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그 속에서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전남 농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0. 완도 소안도의 노지 감귤, 아쉽고 아쉽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