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를 실감한 중국이 미얀마 국경 인근에서 새로운 희토류 광산 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현지 소식통과 위성사진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민병대가 해당 광산을 보호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새로 개발 중인 희토류 광산은 미얀마 동부 샨(Shan)주의 몽핫(Mong Hsat)과 몽윤(Mong Yun) 인근 지역에 위치해 있다. 위성 이미지에는 희토류 침출 작업을 위한 수십 개의 웅덩이가 포착됐으며, 현지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리자들이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채굴된 광물은 약 200km 떨어진 중국 국경으로 운송됐다.
특히 이 지역 광산은 중국의 후원을 받는 무장 민병대인 '와주연합군(UWSA)'이 보호·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UWSA는 미얀마 최대 민병대 중 하나로 오랜 기간 마약과 광물 자원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사실상 자치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현재는 미얀마 내 최대 주석광산뿐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희토류 광산까지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에서는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나, 원광(원료) 수급에서는 미얀마 의존도가 크다. 2025년 1~4월 기준 중국이 수입한 중(重)희토류의 약 절반이 미얀마산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격화된 내전으로 북부 카친(Kachin)주의 주요 광산이 무장세력에 점령당하면서 생산이 중단되자, 중국은 대체 공급지로 샨주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석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네하 무케르지는 “미얀마에서 중국 기업이 희토류를 채굴하는 비용은 다른 국가 대비 7배 이상 저렴하다”며 “중국이 중희토류 정제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사실상 미얀마의 채굴 사업도 중국 없이는 성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샨주의 희토류 광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에서 또 하나의 전략적 무기를 쥐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시행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를 반격 카드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테르븀(Terbium) 산화물 가격은 최근 6개월간 27% 이상 급등했다.
희토류 공급 제한으로 항공 등 주요 산업 타격이 컸던 미국은 지난 9~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조치 일부를 완화해주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