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물가 폭등’과 섬박람회 ‘불친절·걸레’ 소동

2025-08-31

세계 첫 해양박람회인 ‘여수엑스포’를 4개월여 앞둔 2012년 1월 전남 여수시. 인구 29만3000명이던 중소도시 곳곳이 ‘엑스포 특수’로 들썩였다. 수년간 침체에 빠졌던 지역 상권과 부동산 경기도 전례 없이 꿈틀거렸다.

지역 경제는 호황인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한숨짓던 여수시민들이다. 당시 여수는 남성 이발요금이 5000원에서 단번에 8000원대로 올랐다. 6000~7000원이던 갈비탕은 9000~1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여수시는 엑스포 1년여 전부터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내 곳곳에 물가 인하 플래카드를 붙이며 캠페인을 벌였지만 물가는 더 뛰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11년 여수의 물가는 한 해 4.9% 상승했다. 전국 평균(4.0%)보다 22.5% 높은 수치로 전국 도시 중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수의 물가 폭등은 엑스포 개막 후 ‘바가지 요금’으로 이어졌다. 관공서의 감독에도 음식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상당수 호텔·모텔의 숙박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당시 악명을 떨친 물가 폭등은 총 관람객 820만명의 엑스포 흥행에도 두고두고 ‘옥에 티’로 언급됐다.

여수엑스포 후 13년이 흐른 최근 여수 관광업계. 지난달 시작된 전수조사로 5100여개 식당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1박에 40만원을 받는 여수 한 호텔에서 ‘걸레’라고 적힌 수건을 손님에게 제공한 사실이 불거진 여파였다. 앞서 여수의 한 유명 식당에선 2인분을 시키고 홀로 식사하는 유튜버에게 “빨리 먹으라”며 면박을 줬다가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불친절 논란이 커지자 여수시는 지난달 7일 식당·숙박 업주 등 200여명과 함께 친절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업주들은 친절과 정직한 가격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결의대회 하루 뒤 잔반을 재사용한 식당이 적발된 탓이다. 이어진 전수조사에서도 여수 식당 3곳 중 1곳꼴로 조리장·화장실 청결 미흡 등이 지적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여수시는 2차 전수조사와 함께 ‘혼밥식당’ 발굴을 선언했다. 대표 먹거리인 게장정식, 갈치조림 등을 1인분만 제공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게 목표다. 내년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관광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에도 나설 모양새다.

내년 9월 개막하는 세계 최초의 섬박람회는 여수시로선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여수는 2012년 엑스포 개최 후 한해 15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수시민들 사이에선 “불친절과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지 않으면 섬박람회 성공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애써서 국제행사를 치르고도 또다시 여수엑스포 때처럼 ‘옥에 티’를 남겨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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