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 유통·식품·물류사 ESG보고서 분석
이마트·롯데쇼핑 등 탄소배출량 늘어…대형 유통사 중 GS리테일만 감소
농심·오뚜기·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대상·오리온 등 식품업계도 증가
감축 목표 역행은 물론 스코프3는 측정못한 곳도 많아
지난해 국내 주요 유통사 탄소 배출 비중이 전년 대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통업계 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유통·식품·물류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17개사 중 12개사는 지난해 직·간접 탄소 배출량(스코프1+스코프2)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정부가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인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선정했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크게 스코프1(직접 배출), 스코프2(간접 배출), 스코프3(기타 간접 배출)으로 구분한다. 흔히 '탄소 집약도'로 불리는 탄소 배출 비중은 매출액 또는 생산량 대비 직·간접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값을 뜻한다. 제조 중심의 식품사들은 주로 생산량을 기준으로 탄소 배출 비중을 측정한다.
전통 유통 라이벌로 꼽히는 이마트·롯데쇼핑은 나란히 탄소 배출량이 늘었다. 지난해 이마트는 52만2502톤(t), 롯데쇼핑은 71만5622t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했다. 전년 대비 각각 6.5%, 0.8% 늘어난 수치다. 양 사 탄소 집약도(매출액 대비)는 각각 3.36, 6.94로 이는 매출 1억원 당 각각 3.36t, 6.94t의 탄소를 배출했다는 의미다.
백화점 터줏대감 ㈜신세계 또한 지난해 탄소 배출량 13만818t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점포 수 1위 BGF리테일은 탄소 배출량이 7.4% 늘었다. GS리테일은 대형 유통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탄소 배출량과 탄소 집약도 모두 전년 대비 낮아졌다. 현대백화점은 탄소 배출량을 1.5% 줄였으나 매출도 줄어들어 탄소 집약도가 소폭 상승했다.
식품업계의 경우 농심·오뚜기·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대상·오리온이 탄소 배출량 증가 기업이다. 이중 농심·오뚜기는 전년 대비 탄소 집약도(생산량 대비)도 상승했다. 반면 CJ제일제당·동원산업·풀무원은 탄소 배출량은 물론 탄소 배출 비중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탄소 260만6000t을 배출하며 전년 대비 23.1%를 줄였다.
물류 시장에서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모두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늘었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매출 상승 효과로 탄소 집약도가 1.93에서 1.89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한진의 탄소 집약도는 4.30에서 4.35로 높아졌다.
ESG 경영에 대한 시장 눈높이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기후 관련 공시 등 ESG 데이터 공개 의무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 또한 출범과 함께 ESG 기본법 제정, ESG 공시 조기 의무화 등을 주요 의제로 내걸은 상태다.
그러나 유통업계 대비는 여전히 뒤쳐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배출 관리 실패로 감축 목표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세부적인 측정조차 못한 경우도 있다. 농심·대상·한진의 경우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스코프3 내역을 기재하지 못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스코프3 데이터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진행 중으로 내달에야 완료 예정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미국 리더십 교체 등 글로벌 환경 변화로 ESG 경영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 일부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경영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단기적 선택에 치우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