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후원도 세대교체…MZ 공감 이끌 것"

2025-11-06

“푸르메재단 성장에 버팀목이 돼온 주요 후원자들도 차츰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지금껏 기성세대의 도움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MZ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죠.”

6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단에서 만난 백경학 대표는 “기존의 재단 사업들이 거액을 쾌척하는 몇몇 자산가나 전 재산을 기부하는 독지가, 정기 후원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일원이 된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푸르메재단은 백 대표가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기관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로 2005년 설립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장애를 겪게 된 아내의 피해 보상금과 국내 최초 수제맥주 회사 옥토버훼스트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이 밑거름이 됐다. 이후 푸르메재단은 시민과 기업의 후원으로 2007년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치과인 푸르메나눔치과를 개원하고, 2012년에는 장애 어린이와 성인 장애인을 위한 통합형 재활 서비스 기관인 푸르메센터를 건립했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 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열었고 2022년 발달장애 청년 자립을 위한 일터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하는 등 장애인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백 대표는 “지금까지 후원자를 손꼽아보니 5만 명이 넘었다”며 “20년간 재단을 이끄는 동안 여러 차례 고비가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기적처럼 재단을 일으켜주신 후원자들이 계셨기에 사업과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통해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책에는 고(故) 박완서 작가,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정호승 시인, 고 김정주 넥슨 대표, 고 권오록 할아버지,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 등 재단 출범 초기부터 후원자로 참여해온 20명의 이야기가 실렸다. 백 대표는 “몇 그루의 나무가 하나둘 모여 점차 숲을 이루듯 재단의 토대를 마련해준 분들”이라며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라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푸르메재단의 모금 활동도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모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정기 후원자도 감소세다. 백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확신형 기부’에서 ‘점진형 기부’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와 MZ세대의 사회 진출 등의 영향으로 물질적인 지원만이 아닌 소극적인 형태의 동의와 지지·연대 역시 기부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재단 역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백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재단 활동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단순히 장애인들의 사연을 전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을 넘어 후원자들과 장애인 및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 건강검진 지원 사업’을 꼽았다. 그는 “처음 재단을 만들 때 지체장애가 많았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 같은 발달장애가 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도 검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며 “일반인은 1시간이면 끝날 건강검진을 받는 데 4~5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장애인들이 자립해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는 “푸르메재단이 지난 20년간 장애 어린이들이 청년이 됐을 때 어떤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면 이제는 청년으로 성장한 그들이 중장년이 된 후에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흡수돼 공동체 안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백 대표는 “‘최고의 지원은 장애인도 보통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재단의 철학을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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