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식량 자급률 70% 이상 확보해 농업 대전환 가속화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식량 안보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5년 중앙 1호 문건’은 농업 현대화를 위한 과학기술 혁신을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특히 ‘농업 신질 생산력(新質生產力, New Quality Productive Forces)’ 개념을 도입해 단순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기술 혁신을 통한 품질 향상과 생산 효율 증대를 강조했다.
세계 최대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중국은 농업 경쟁력 약화·경작지 감소·수입 의존도 증가 등의 문제로 식량 자급률 하락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곡물 자급 95% 이상이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대두 등 일부 품목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AI 기반의 농업 혁신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유지하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와 바이오 기술 결합으로 종자 혁신 이끈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 위치한 ‘남번 실리콘밸리(南繁硅谷, SanyaNanfan Sci-Tech Innovation Base)’는 중국 농업 혁신의 중심지다.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1년에 여러 세대의 작물을 재배하며 육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해 유전자 데이터 분석 및 예측 정확도를 높였고 가뭄·병충해 저항성이 강한 품종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남번연구원에서는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을 활용한 고효율 식물 표현형 분석 시스템을 통해 84개 품종 약 4000여 그루의 옥수수에 대한 형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기반의 유전자 선별과 육종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남번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을 부여할 만큼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이곳은 중국 종자 산업의 자립과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핵심 거점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JD닷컴, AI 농업 혁신 주도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도 AI 농업 혁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는 ‘ET 농업 브레인(ET Agricultural Brain)’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반의 농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돼지 질병 예측과 사료 공급 최적화를 통해 폐사를 줄이고 축산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국농업과학원과 협력해 AI 모델을 활용한 멜론 당도 예측 및 수확 시기 조절 기술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농업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JD닷컴은 ‘JD 농장(JD Farm)’ 프로젝트를 통해 드론·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농기계를 개발하고 농산물 유통 과정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JD 농장은 드론을 이용해 농작물 생육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 정확하게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JD닷컴은 또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해 농민들의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양복 입고 농사짓는 무인 농장 시대 열린다
중앙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지방 정부도 AI 농업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난징시는 ‘즈샤오농(智小农, AI Little Farmer)’ 시스템을 도입해 온실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 기반 자동 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농부들은 땀 흘려 밭일을 하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데이터 분석과 시스템 관리만으로 농사를 짓는 ‘스마트 농부’로 변모하고 있다. 즈샤오농 시스템을 적용한 농가는 기존 대비 생산량 20% 증가, 노동 시간 30% 단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난징시는 스마트 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는 등 디지털 농업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난징시는 스마트 농업 기술 개발부터 보급과 교육, 그리고 재정지원 및 인력 양성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농업 혁신의 선두주자가 됐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자본 투자 그리고 AI·바이오 기술 융합을 통해 농업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전통적 농업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AI 농업으로의 대전환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은 식량 안보 강화와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무인 농장’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