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수첩에 펜으로 끄적끄적’을 펴냈다.

▲ 박영규 지음, 좋은땅출판사, 156쪽, 1만7000원
‘수첩에 펜으로 끄적끄적’은 일본 오사카·교토 여행을 여행자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기록한 일상 여행 에세이다. 관광 명소와 맛집 정보를 나열하는 대신, 이동 순간의 설렘과 작은 불편함, 갑작스러운 웃음, 우연한 만남, 문득 찾아온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가며 ‘여행이 남기는 진짜 흔적은 무엇인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동심, 비 오는 날 먹은 마리오 빵의 따뜻한 온기, 청수사에서 느낀 고요함, 교토에서의 특별한 인연, 도시샤 대학 앞에서 마주한 역사적 울림,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밤 가족들과 나눈 웃음까지. 물 흐르듯 지나가 버렸을 순간들을 잃지 않기 위해 수첩과 펜으로 붙잡아 둔 기록들이 수채화 같은 그림과 짧은 문장들로 차곡차곡 펼쳐진다. 독자는 한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 동시에, 자신의 기억 속 여행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여행에서 지명보다 감정, 일정보다 표정, 싸움보다 행복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을 책은 섬세하게 보여 준다. ‘어떤 순간이든 잊고 싶지 않다면 기록해도 좋다’는 메시지는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삶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따뜻한 격려가 된다.
저자 박영규는 실내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후 전시관·박물관·테마파크 등 다양한 공간 설계에 참여해 온 디자이너다. 공간을 다루는 직업답게, 여행 속 풍경과 사람·감정의 분위기를 시각적 감수성으로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도 활발히 공간 디자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 떠나고 싶지만 떠나기 어려운 독자, 기록이 서툴러 선뜻 첫 페이지를 열지 못하는 독자에게 ‘수첩에 펜으로 끄적끄적’은 잠시 멈춰 삶을 바라보게 하는 따뜻한 여행 동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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