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고갈 늦추는 '금손'…낮은 급여에 30명 탈출 '러시'

2024-10-13

거대 기금을 굴리는 '큰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기금운용직 인재 확보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와 근무지 문제 속에 연 30명 안팎의 퇴직자가 나오는 반면, 채용 지원율은 최근 7년 새 반 토막 아래로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이들의 급여 현실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1147조원으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일본 공적연금(GPIF)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적립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2056년 소진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기금 고갈을 늦추려면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는 게 필수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수익률을 당초 4.5%에서 5.5% 이상으로 1%포인트 넘게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직들은 기금운용본부를 떠나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운용직 퇴직자 수는 30명(수석~주임 합계)으로 집계됐다. 퇴직자 규모는 최근 7년간 20~30명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실무에서 '허리' 역할을 맡을 책임·전임급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퇴직자의 80%가 두 직급에서 나왔다. 기금 운용 경험이 풍부한 수석급도 연 2명꼴로 퇴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말 기금운용직 현원 규모는 362명으로 정원(415명) 대비 50명 이상 부족하다.

여기엔 낮은 급여 수준, 2017년 본부의 전주 이전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금운용직 평균 급여는 대부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책임 직급의 급여는 평균 8789만원으로 2018년 말(8484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느는 데 그쳤다. 젊은 주임 직급은 올해 3610만원으로 2020년(4261만원)보다 오히려 6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서울 대신 전주 근무를 해야 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크다.

빠져나간 퇴직자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곳에 재취업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운용직 퇴사자의 70%는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은행, 로펌 등에 새로 자리 잡았다.

반면 새로운 인재 수혈은 어려워지고 있다. 서명옥 의원에 따르면 2017년 9.4대1이던 기금운용직 채용 경쟁률은 지난해 4.1대1, 올해(6월 기준) 3.1대1로 크게 떨어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를 위한 해외 사무소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해외 현지 채용이 안 되면서 런던 사무소는 2020년 이후 현지 인력 근무자가 '0'이다. 싱가포르 사무소도 2년 전부터 같은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시장보다 처우가 많이 안 좋고, 전주에 위치해 기존의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라거나 "곧 퇴사 예정"이란 글이 여럿 올라온다. 다만 연금공단 측은 "지원율 하락과 퇴직의 사유에 대해선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력 유치도, 유지도 쉽지 않다 보니 기금운용직이 갖는 업무 부담은 상당하다. 이들의 1인당 기금 운용액은 2조8378억원(지난해 기준)으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10.9배,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4.4배 수준이다. 인력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각 운용직이 책임져야 할 기금 규모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금 운용 수익률도 외국의 주요 연기금보다 낮은 편이다. 전체 자산의 최근 5년 수익률은 평균 7.21%로 노르웨이 국부펀드(8.72%), 일본 공적연금(8.55%),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7.9%),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7.74%)에 밀렸다는 게 서 의원실 분석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13.59%의 수익률을 거뒀지만, 해외 주식은 벤치마크(기준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서명옥 의원은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국민연금 소진을 늦추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가 기금운용직으로 노하우를 쌓고 성과를 거두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건비 현실화 등 처우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보수체계 개선, 포상, 경력개발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기금운용직 이탈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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