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에 낙인 찍지 마라” 정신과 의사의 작심 발언

2025-07-17

“정신과 약은 독하다.”

“정신과 약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정신과 약은 치매를 일으킨다.”

정신과 약을 둘러싼 검증되지 않은 속설들입니다. 정신과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오해와 편견은 여전합니다. 최근 코미디언 이경규씨의 ‘약물 운전’ 사건 이후 “공황장애 약이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잘못된 인식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오늘 ‘더, 마음’에선 정신과 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한창수(57)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습니다. 2024년 대한정신약물학회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제가 의사를 처음 시작했던 30년 전부터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오해를 접했다”며 “정신과를 찾는 분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교수는 특히 이경규씨 약물 운전 사건의 파장을 우려했는데요. 정신과 약을 먹는 분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제때 병원에 오지 못할까 걱정스럽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약물 운전’에 관한 세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모호한 상태라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나 낙인만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신과 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하나하나 바로잡았는데요. 예를 들어 정신과 약은 치매를 일으킨다는 속설에 “오히려 우울증 환자가 약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매가 더 빨리 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정신과 약이 독하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편견은 어떨까요? 한 교수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 과정은 맞춤 정장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정신과 약에 대한 각종 팩트체크부터 나와 잘 맞는 약을 처방 받기 위해 의사와 대화하는 법까지 알려드립니다.

💊이경규 사건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최근 이경규씨가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정신과 약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요. 공황장애 약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대표적인 공황장애 처방약으로 항불안제 ‘벤조다이아제핀’이 있는데요. 이 약은 우리 뇌에 있는 가바(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몸의 긴장도와 불안을 줄이는 역할을 해요. 마음을 안정화시키고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적절한 용량을 먹으면 큰 문제가 없는데요. 적정량 이상 먹으면 몸이 이완되면서 약간 졸릴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운전하기 30분~1시간 전에는 약을 먹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만약 아침 약을 먹어야 하면, 출근한 다음에 드시라고 하죠.

이경규씨는 제가 직접 진료를 한 게 아니라서 굉장히 조심스러운데요. 복용량 조절이 잘 안 됐거나 다른 증상 때문에 다른 약과 함께 먹어서 부작용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이씨는 평소 복용 중인 공황장애 약과 감기몸살 약을 같이 복용하고 이동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약을 먹었다고 무조건 운전하면 안 되나요?

‘약 복용 중인 사람은 운전하면 절대 안 돼!’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공황장애 약뿐만 아니라 고혈압 약, 당뇨 약, 각종 염증 치료제도 비슷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감기 약, 멀미 약,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약도 먹고 나서 졸음이 올 수 있고요. 약효가 몸 안에서 많이 도는 특정 시간에만 운전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것이죠.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부작용이 없게 하려고, 최대한 적은 용량을 천천히 먹도록 처방합니다. 초반에 환자분들께 병원에 자주 오라고 부탁 드리는데요. 약의 효과를 보고, 용량 조절을 계속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씨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는데요. ‘약물 운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영국·독일 등은 ‘특정 약물에 대해 복용 24시간 내 운전 금지’와 같은 명확한 세부 규정이 있습니다. 우리도 학술적·사회적 합의에 따라 세부 규정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모호한 상태라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나 사회적 낙인만 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경규씨 사건을 다룰 때 앞뒤 내용은 자르고 ‘정신과 약만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는데요. 우리 사회에는 공황장애나 우울 증상으로 약을 먹고, 일상생활을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굉장한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낙인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치료 받아야 할 분들, 치료 받기로 마음 먹은 분들이 병원에 오는 걸 주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먹으면 바보 된다?…정신과 약 팩트체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과 약에 대한 각종 오해나 편견을 바로잡아 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거짓인지 팩트체크 부탁드립니다.

① 정신과 약을 먹으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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