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12월 중순이 되면 연예계는 한 해의 결산을 하느라 분주하다. 물론 촬영 중인 영화나 드라마가 있는 배우들은 바쁜 경우가 많지만, 가수들은 새 앨범 발매를 미루고 연말 무대를 준비한다. 예능인들 역시도 한 해 성과를 정리하고 연말을 즈음해 이어지는 각종 ‘연예대상’ 시상식을 대비한다.
올해 지상파 연예대상은 KBS가 20일을 스타트를 끊고, 29일 MBC, 30일 SBS로 이어진다. 하지만 상을 줄 사람이 없다.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은 두 번째로 하고, ‘상을 받을 만한’ 사람들도 하나둘씩 각종 논란, 사건·사고로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12월은 예년과 다르게 연예계는 물론 정치, 사회 분야까지를 달구는 사건과 사고,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방송인 박나래는 갑질 논란에 이어서 불법 의료행위, 기획사 미등록과 관련한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1인 기획사인 소속사 대표인 모친이 퇴사 후 폭로에 나선 전 매니저들에게 일방적인 합의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결국 박나래는 고소·고발 건에 의한 경찰 수사를 앞두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조세호 역시 무게감은 다르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이름 모를 폭로자로 인해 ‘조폭 인맥 논란’에 휘말렸다. 폭로자는 조세호가 사진을 찍은 당사자가 조직폭력배라고 단정하고 조세호가 불법행위를 일삼는 그의 프랜차이즈를 홍보하고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세호는 관련 사항을 부인했지만, 추가 폭로 위협이 이어지자 결국 ‘유퀴즈 온 더 블럭’과 ‘1박2일’ 등 주요 출연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

올 한 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던 배우 이이경도 마찬가지다. MBC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SBS Plus·ENA ‘나는 SOLO’, tvN ‘백억짜리 아침식사’에 출연한 그는 최근 사생활 관련 논란에 이어 해외에서 한 시상식 소감이 ‘유재석 패싱’ 논란에 휘말려 고초를 겪고 있다. 물론 관련 시상식에 참여한 그가 지상파 시상식에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구설에 오른 수상소감과 관련한 무대에 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러한 세 명의 사례를 제외하고도 유난히 올해는 예능인들의 궂긴 일들이 많았다. 예능계의 ‘대부’ 이경규가 약물 운전 논란에 휘말려, 데뷔 후 처음으로 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섰고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던 방송인 이진호는 음주운전 혐의까지 받으며 커리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요리 연구가지만 예능인으로 유명했던 백종원은 법인, 개인과 관련한 갖은 의혹에 급기야 방송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고, 박미선·지예은 등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며 안타까움을 줬다. 결국 이러한 일들이 겹치며 예능계의 풀(POOL)은 얕아졌고, 연말 이어지는 각종 논란에 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결국 KBS는 수상경력이 있는 문세윤이나 김숙, MBC 역시 전현무, SBS는 탁재훈, 이상민 등에 기댈 수밖에 없어졌다. 그 바로 밑 최우수상 라인은 더욱 후보 풀이 얕아졌다. ‘단골’ 유재석 역시 소속사가 악성댓글을 경고할 정도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고질적인 시청률 하락에 시청자층 이탈이라는 악재를 겪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논란으로 ‘수상 인력난’을 겪는 것이다.

실제 방송가에서는 상을 줄 사람이 부족해지고, 이는 흥행의 부진으로 이어지며 또다시 내년의 전망을 암울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염려하고 있다. 웃음을 줄 사람들이 시름을 안기는 2025년 12월. 방송가, 특히 예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