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공학자 김환기 에세이 ‘흘러간 물로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

2024-07-03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덕유산 ‘적상산사고’ 아래 한전 ‘무주양수발전소’가 있다. 이곳에는 하부 댐과 상부 저수지를 두어 낮에 이미 쓰고 버렸던 하부 저수지 물을 야간에 풍부하게 남는 전력으로 펌프를 가동하여 끌어 올려 그 물로 다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니까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水車)를 돌려 재활용하는 발전 설비인 것이다.

​​​​​​​ 노공학자 김환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쓰고 버리는 물을 재생하는 연구를 평생 해왔다. 버린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것인가를 고민하며, 노력은 중력도 거슬러 오를 수 있다고 믿었다. 관심을 갖는 사람은 무엇이든 결과를 얻으리라는 신념 하나로 세계의 창을 두드리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쓴 ‘흘러간 물로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바른북스·1만7,000원)’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논문도 발표하고 견학했던 귀한 경험을 응집한 에세이다. 틈이 나는 대로 외국 여행이나 독서도 즐겨하고 문화에도 관심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시간을 녹여냈다.

 책의 전편에서는 주로 공학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회과학적 소재를, 비전문가인 시각에서 바라본 소론(小論)이요, 의미가 다소 산만한 소편이다. 소심을 신조로 하는 평소 저자의 견해가 미흡함은 아쉽게 생각한다. 다만 저자가 공학도로서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틈틈이 유념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엮었다.  

 후편은 저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국한된 소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작다 보니 저자가 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딜 가나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서 넓게 보면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듯싶다. 저자는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에서 쓰고 버리는 물의 처리와 맑은 물 공급에 일조를 했다고 자부한다.

저자는 전북 고창 출생으로 전북대 토목공학과에서 수처리 공학 등을 강의했고, 동 대학 공과대학장 환경대학원장, 대한환경공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상훈으로는 대한토목학회학술상, 대통령 표창장, 녹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훈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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