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순 작가 장편 ‘빛들의 환대’
“연대 중요성 느끼길” 소감 밝혀
“사람 사이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통해 그 중요성을 다시 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문학으로 나와 타인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감싸며 관계도 더욱 긴밀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사이사이 환한 빛이 깃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문학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장편소설 ‘빛들의 환대’로 제21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전석순(43) 작가의 소감이다. 1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대강당에서 본사 정희택 사장과 황정미 편집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세계일보사와 세계문학상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 소설에 전해주신 따뜻한 목소리를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빛들의 환대’는 한 소도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한 임종 체험관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펼쳐지는 소동극이다. 매일 수십 명의 체험객이 영정 사진을 찍고,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는 ‘죽음 예행연습’을 하는 ‘다사 임종 체험관’. 어느날 근처 소도시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다 실패한 인물이 이곳에서 임종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삶에서 죽음을 경험하려던 시도가 일순간 죽음 속에서 삶을 찾아내야 하는 혼돈의 체험으로 변한 가운데, 체험관에서 죽음의 의례를 꾸리는 젊은 남녀 직원들의 아프고 막막한 이야기가 정교하게 풀려나간다.
소설은 죽음의 제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작가는 어둠과 대비되는 ‘빛’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전 작가는 “작품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지만 사이사이 빛의 이미지가 등장한다”며 “어둠 속에 분명 빛이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자들도 그 빛에 집중해보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책은 출판사 나무옆의자를 통해 이날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번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은희경 작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소설에서 그려지는 임종 체험관은 단지 미래의 죽음을 상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현재 삶과 대결하는 공간”이라고 짚었다. 은 작가는 “각자의 이유를 갖고 그 공간에 도착한 네 인물의 조우는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질문들과 마주치게 만든다”며 “우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건 바로 지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걸 환기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끊임없이 무너뜨리려는 세상의 힘에 맞서 아픔의 호소에서 아픔의 공유로 이야기의 기울기가 조금씩 움직여 나갈 때 우리는 희망 없이 희망을 말하는 이 소설의 특별한 능력에 기꺼이 설득된다”고 했다. 하성란 작가는 “적당한 소동과 적당한 은밀함,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우리 개개인의 인생이 고단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며 “소설은 소동극으로 시작하나 싶더니 어느새 추리극으로 옮겨간다. 그렇다고 블랙코미디나 스릴러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단언컨대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라고 평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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