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뱅크(일본의 3대 금융그룹)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해서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사업 확장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핀테크·ICT 기업 대상 전략적 투자를 통해 최근 중요성이 증대된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기획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일본 경제 연구를 통한 저출생, 고령화, 기후 위기 등 한국 경제와 금융이 직면한 위기 해법’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훈 우리금융연구소 소장은 이같이 밝혔다. 일본의 메가뱅크는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SMFG), 미즈호 금융그룹을 의미한다.
박 소장은 “일본의 3대 금융그룹 중 디지털 분야에서 선두하고 있는 건 MUFG”라며 “MUFG는 2019년 메가뱅크 중 최초로 자회사 CVC인 MUIP를 설립했고, 현지에 특화된 CVC 손자회사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UFG는 2023년 투자 대상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니셔티브(계획)인 ‘모드(MODE)’를 시작했다”며 “모드는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MUFG가 투자하는 핀테크 기업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다소 뒤처졌던 일본 금융권이 정부의 스타트업 유치 정책과 적극적인 기업 투자 등을 통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룬 사례가 소개됐다. 특히 핀테크 기업 투자 등에서 일본 메가뱅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국내 금융권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 시사됐다.
현장에 참석한 주성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혁신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일본 메가뱅크에 비해 여전히 열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주 연구원은 “특히 국내 금융사들이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는 아시아 시장은 일본 메가뱅크가 선점한 지역”이라며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아쿨라쿠와 크레디보, 인도의 DMI파이낸스와 KSFI, 태국의 어센드머니 등 유력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며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메카뱅크는 개인금융, 기업금융, 글로벌 부문 등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역량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세부 전략에서는 각각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MUFG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자산 등 신기술을 활용한 미래 먹거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술력 있는 핀테크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SMFG는 금융 솔루션 제공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금융 서비스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미즈호는 별도의 디지털 법인 출범과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이 메가뱅크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진출 지역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유망 스타트업에 선제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 연구원은 “일본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디지털 금융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며 “그럼에도 메가뱅크는 막대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메가뱅크는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디지털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도 이들의 디지털 전략과 실행 과정 등을 참고해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