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탄소중립 산업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확산을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하기도 했다. 신규 부처까지 탄생하면 탄소중립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전환 금융’에 주목하며 친환경 기조에 발맞추고 나섰다.

전환 금융이란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 등에 저탄소 전환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활동에 투자하는 것으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면서 지원 범위도 넓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중심으로 구축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전환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논의가 부상했다. 국내 금융사 중에선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움직인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5월 25일 업계 최초로 ‘그룹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신한금융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환 금융의 개념을 정의하고, 대출 및 투자 자금의 용도가 가이드라인 요건에 부합하는지 심시하는 등 전환 금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고탄소 산업 중심의 그룹 자산을 녹색금융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업계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12일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 제조업과 화석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탈탄소 전환 금융에 관심이 높다”며 “여러 금융사가 전환 금융 활성화에 동참해야 한다. 자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사명감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해외 시장을 분석해 참고 사례로 삼았다. 일본의 경제·사회 환경이 ‘미리 가본 미래’로 불릴 만큼 한국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우리금융그룹 산하의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2월과 6월 일본의 전환 금융 동향과 사례를 분석한 데 이어, 18일 발간한 도서 ‘일본 경제 대전환’에서도 이를 다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18일 개최한 도서 출간 간담회에서 일본의 전환 금융 현황을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일본에서는 ‘메가뱅크’로 불리는 대형 금융그룹 3사(MUFG, SMFG, 미즈호)를 중심으로 전환 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GX(녹색 전환) 추진 전략’에서 세운 전환 금융 공급 목표는 150조 엔(한화 기준 약 1420조 원)으로, 이 중 130조 엔(약 1230조 원)을 민간 금융회사가 담당한다. 3대 메가뱅크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며 정부 기조에 부응했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누적된 미즈호의 전환 금융 실적은 1조 엔(약 9조 4600만 원)에 달한다. 미즈호의 주 채권사는 발전사 등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이다. 미즈호는 이들에게 고효율 LNG 발전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전환 금융을 하면서 자사 포트폴리오도 바꿨다. 같은 기간 SMGF와 MUFG는 각각 7000억 엔(약 6조 6226억 원), 2000억 엔(약 1조 8922억 원)의 전환 금융 공급 실적을 세웠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사가 전환 금융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장기적인 저성장 상태인 일본은 정부와 메가뱅크가 손잡고 동남아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 전력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전환 금융의 기회도 많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본 메가뱅크 중 해외 수익 비중이 50%를 넘긴 곳도 나타났다.
국내 금융시장도 포화 상태인 데다 금융사가 비이자이익 수익을 늘리려 애쓰는 만큼, 전환 금융이 한국에서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주목된다. 정부 기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중 환경부와 협의해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3월 18일 열린 ‘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 투자하는 것이 대응하지 않을 때보다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은 더 오르고 금융권 손실도 더 줄었다”며 “탄소 절감을 위해 애쓰는 기업이 저탄소 전환 자금을 충분히 지원 받아야 한다. 금년 중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녹색 여신(환경 개선이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자금 대출)은 전환 금융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새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 금융사가 발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한국은 일본 못지않게 탄소 집약적 사업이 중심인 국가인 만큼 향후 전환 금융의 실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당국이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도 전환 금융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핫클릭]
· 이재명 수소차 공약 실현될까…현대차 넥쏘에 시선 쏠리는 까닭
· 네이버·구글·쿠팡에 닿은 칼끝, '온플법' 어디로 가나
· [단독] '코오롱 임대주택 개발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 건설업 폐업 신고
· 뒤늦게 알뜰폰 뛰어든 우리은행 "1020 미래고객 잡아라"
· "좁은 국내서 이자 장사 그만" 빅4 은행 해외 진출 성적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